지리산 반달가슴곰 50마리 넘었다…다른 곳에도 살게 될까

2018.04.15 16:04 입력 2018.04.15 21:38 수정

반달가슴곰(RF-23)의 새끼곰 .   | 환경부 제공

반달가슴곰(RF-23)의 새끼곰 . | 환경부 제공

반달가슴곰(RF-23)의 동면굴 입구.  | 환경부 제공

반달가슴곰(RF-23)의 동면굴 입구. | 환경부 제공

지리산에 사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반달가슴곰의 숫자가 50마리를 넘기면서 지리산에 완전 정착할 가능성이 커졌다. 50마리는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1차 목표로, 곰 무리가 스스로 번식하고 존속할 수 있는 숫자로 간주된다.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새끼 출산을 조사한 결과, 어미 8마리로부터 11마리의 새끼가 태어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지리산 일대 야생에서 활동하는 어미 6마리는 8마리의 새끼를 낳았고, 전남 구례군의 종복원기술원 내 자연적응훈련자에 있는 어미 2마리는 3마리의 새끼를 출산했다.

공단은 지난달 초 야생에서 겨울잠을 자는 반달가슴곰을 포획하는 과정에서 어미 2마리가 2마리씩 총 4마리의 새끼곰을 출산한 것을 확인했다. 또한 야생 반달가슴곰 암컷 4마리가 1마리씩 새끼를 낳은 사실을 새끼 울음소리를 통해 확인했다. 공단은 해마다 발신기 배터리 교체, 건강상태·출산 확인 등을 위해 동면 중인 곰을 포획한다.

야생에서 이들 어미 곰들은 지난해 6~8월쯤으로 추정되는 교미기에 각각 다른 수컷과 활동했고, 이후 지리산 일대 바위굴 등에서 동면하던 중 지난 1월 말 출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50마리 넘었다…다른 곳에도 살게 될까

어미 곰 중 3마리(KF-59, KF-52, KF-47)는 야생에서 태어난 자식(2세대 개체) 곰들이다. 이들 어미 곰이 새끼를 낳으면서 지리산 야생에서는 3년 연속 ‘손주곰’(3세대 개체)이 태어났다. 특히 러시아에서 2007년 들여와 지리산에 방사한 어미 곰(RF-21)은 방사 이후 5번째 출산이며, 지금까지 6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야생이 아닌 종복원기술원 자연적응훈련장에서는 반달가슴곰 어미 2마리가 각각 1마리와 2마리를 낳았다.

올봄 야생에서 태어난 새끼 8마리를 합치면 지리산에는 현재 총 56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다. 자연적응훈련장에서 태어난 새끼 3마리를 오는 9월 방사하면 자리산 야생에 사는 반달가슴곰 숫자는 총 59마리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목표였던 반달가슴곰 ‘최소 존속개최군’ 50마리 복원이 2년 앞당겨졌다. 최소 존속개체군은 특정 생물종이 최소 단위로 존속할 수 있는 개체 숫자를 의마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유전적 다양성을 늘리기 위해 2020년까지는 반달가슴곰을 국외에서 추가로 데려올 예정이다.

반달가슴곰(KF-27)의 새끼곰.  | 환경부 제공

반달가슴곰(KF-27)의 새끼곰. | 환경부 제공

반달가슴곰(KF-27)의 동면지.   | 환경부 제공

반달가슴곰(KF-27)의 동면지. | 환경부 제공

반달가슴곰은 한반도 전체에 폭넓게 분포했으나, 한국전쟁과 남획으로 숫자가 크게 줄면서 1983년 설악산에서 총을 맞고 발견된 것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2004년 러시아, 중국, 북한 등에서 들여온 반달가슴곰을 지리산에 방사하면서 본격화했다. 당시 반달가슴곰이 자체적으로 번식하고 숫자를 유지하려면 필요하다고 판단한 숫자가 50마리였다.

지리산에 방사된 곰이 자연에서 처음 출산한 것은 2009년 초였다. 2016년 8월에는 야생에서 낳은 새끼가 자라서 다시 새끼를 낳는 ‘3세대 출산’도 처음 확인됐다.

이제 관심은 곰 복원사업의 방향이다. 지난해 지리산에서 90km 정도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된 KM-53으로 인해 논란이 벌어졌다. 2015년 10월 지리산에 방사된 이 곰은 지난해 6월과 7월 두 차례 수도산에서 발견돼 안전 문제를 우려한 환경부에서 붙잡아 지리산에 다시 풀어줬다. 최근 동면에서 깨어난 KM-53은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이전처럼 돌아갈 수 있어 위치를 매일 확인하고 있다.

지리산에 살 수 있는 반달가슴곰의 숫자는 어느 정도일까. 환경부는 100마리는 서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에는 이 숫자도 어려울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문광선 종복원기술원 남부복원센터장은 “지난해 지리산권 적정 수용력 조사를 벌인 결과 78마리 정도를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산열매가 나오면 지리산 내에만 서식하지 않고 분산하는 개체가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계속 숫자가 불어나면 먹이 활동을 위해 지리산 국립공원의 경계를 넘어설 수 밖에 없고, 일부 개체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KM-53처럼 자발적으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도록 허용할 필요도 있다. 현재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설악산이나 오대산 등에서도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광선 센터장은 “오는 9월까지 백두대간 방향으로 서식지 환경조사를 실시한 뒤 2차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곰 서식범위가 확대되면 주민들이나 탐방객들과의 충돌 우려도 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곰이 출몰하는 곳, 곰을 만났을 때 대처 요령 등을 홍보하고 있다. 송동주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장은“반달가슴곰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선 단독 산행을 자제하고 해가 지기 전에 정규 탐방로만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선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관은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1차 목표는 달성했지만, 지리산 외 지역으로 행동권 확대에 따른 서식환경 개선과 더불어 인간과 반달가슴곰의 공존체계 구성을 위해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50마리 넘었다…다른 곳에도 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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