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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획사 ‘유튜브’

송길영 |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입력 : 2018.04.15 21:08:02 수정 : 2018.04.15 21:10:48

새로운 기획사 ‘유튜브’

지난주 <라디오스타>에는 연예인이 아닌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가 출연했습니다.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생소하다는 분에겐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서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의 영상물을 만들어 대중에게 보여주는 일이라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개인방송국을 운영하는 것이라 하면 예전의 미디어에 익숙하신 분들에게 더 편하게 이해될까요? 뷰티 크리에이터는 메이크업 분야 전문인데 이사배의 경우 2018년 4월 기준 구독자가 150만명이 넘는 그야말로 유명인입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2013년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송호준’, 그리고 다시 몇 회 후 로봇을 연구하는 ‘한재권’ 박사가 연예인이 아님에도 나온 적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일반인 출연자’였던 셈인데 그 이후 다시 원래의 포맷으로 돌아가 연예인들이 출연하고 있어 이번에 오랜만에 연예인이 아닌 출연자가 나온 것입니다. 이번 출연자의 경우 기존 방송에는 낯설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유튜브 스타’라는 점이 다르지만요.

사실 유튜브 스타의 기존 방송 출연은 이미 수년 전 시작되었습니다. 게임 분야의 크리에이터로 유명한 ‘도티’의 경우 어린이들이 주시청자인데도 유튜브 구독자가 200만명을 넘습니다. 이미 2016년 케이블 TV 방송국인 애니맥스는 아예 <도티&잠뜰TV>를 방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TV가 온라인 개인방송 콘텐츠를 편성해서 내보낸 것인데 높은 시청률로 지금도 여러 어린이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통상 TV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 중 일부분이 유튜브에서 공개되던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 방향으로 콘텐츠가 흘러가는 것입니다. 열역학 법칙처럼 엔트로피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것을 이해하고 보면, 미디어 사용 패턴의 변화로 10대 이하 연령층에서 유튜브 사용량이 폭증하고 상대적으로 TV에 대한 선호가 적어진 것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티의 경우가 게임 크리에이터와 어린이 케이블 TV의 만남이라는 상대적으로 한정된 분야와 익숙한 대상에서 접목된 시도였다면, 이사배의 경우는 10대뿐 아니라 20·30대를 아우를 수 있는 대상과 특정 주제만 다루는 것이 아닌,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의 만남으로 그 접점이 일반화되는 시작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TV 스타’가 저물고 ‘유튜브 스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돌이켜보면 대중음악 분야에서 스타가 되는 방식도 계속 변화해 왔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미8군 무대에 서는 오디션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아 생계의 안정과 인지도의 향상을 동시에 영위할 수 있었던 시기는 이후 세시봉, 쉘브르와 같은 라이브 음악공간의 무대에서 검증받은 통기타 부대의 포크 뮤직 시대로 전환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와 같은 경진대회가 커다란 등용문처럼 새로운 피를 수혈하다 발라드의 시대와 댄스 뮤직의 시대를 거치면서 대형 기획사로 그 힘이 이전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지난한 연습과 인내의 과정 후에도 데뷔를 하지 못하거나, 혹은 하더라도 수많은 경쟁 속에서 덧없이 스러지는 힘든 일이 생기게 되며 이후 대중의 관심은 일반인 대상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옮겨가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 시작되어 2016년 종료한 <슈퍼스타K>가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수년째 각광받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를 식게 한 것은 그 텃밭으로 작동했던 유튜브였습니다. 유튜브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신청을 받는 데만 그치지 않고 일반인들의 뛰어난 솜씨를 그대로 대중에게 노출합니다. 그러자 극히 소수가, 그것도 일부의 내용만 방송을 타는 행운을 얻는 것에 만족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방송이라는 윈도가 불필요해 보이기 시작한 것이지요. 오디션 프로그램도 ‘국민 프로듀서’와 같이 유튜브의 ‘조회수’와 ‘좋아요’와 같은 직접 참여 방식을 차용해 봅니다. 하지만 상시 운영되는 유튜브의 수많은 참여자에 밀려 질과 양 모든 면에서 중과부적이 되고 맙니다. 이제 방송 제작진에서 전 국민으로 선택의 권력이동이 시작된 것입니다.

게이트 키핑이라는 길목을 지키는 행위는 전파라는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필요했던 고육지책이었습니다. 어느덧 권력이 된 그 길목이 무한정의 저장장치와 네트워크에 의해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 TV 스타는 유튜브 스타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고 유튜브는 전 국민의 ‘좋아요’를 위탁받아 기존 거대 기획사의 지위를 양여받게 되는 듯합니다.

우연히도 <라디오스타>의 BGM은 영국의 2인조 그룹 버글스(Buggles)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입니다. 1979년 만들어진 이 노래는 TV의 등장으로 자리를 내주게 된 예전 ‘라디오 스타’에 대한 연민을 표현합니다. 잔인하게도 미국의 음악 전문 케이블인 MTV는 1981년 8월1일 개국 첫 방송에서 이 노래를 내보냈고 그 예견처럼 이후의 시대는 보는 음악의 세상으로 급변하고 말았습니다. 그 시절 라디오 스타를 눈물짓게 했던 TV 스타마저 유튜브 스타에게 자리를 내주기 시작하는 이 시점, 앞으로 TV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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