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아마데우스’ 연출 ‘체코 뉴웨이브’ 이끈 밀로시 포르만 감독 별세

2018.04.15 21:16 입력 2018.04.16 11:41 수정

‘프라하의 봄’ 때 미국으로 망명…아카데미 감독·작품상 수상

다양한 장르 선뵈며 직접 출연…“강인하고 사랑스러운 사람”

영화계 거장 밀로시 포르만이 지난 13일(현지시간) 86세로 별세했다. 그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아마데우스> 등으로 한국 관객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AP연합뉴스

영화계 거장 밀로시 포르만이 지난 13일(현지시간) 86세로 별세했다. 그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아마데우스> 등으로 한국 관객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AP연합뉴스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아마데우스> <맨 온 더 문> 등으로 유명한 감독 밀로시 포르만이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체코(구 체코슬로바키아) 태생인 포르만은 1960년대 ‘체코 뉴웨이브’를 이끈 대표적 감독으로, 미국 영화계에서도 다수의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거장으로 추앙받았다. 2013년에는 영화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감독조합 공로상을 수상했다.

AFP통신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포르만 감독이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가족과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병으로 눈을 감았다고 14일 보도했다.

1932년 체코에서 태어난 포르만 감독은 1940년대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부모를 잃고 친척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하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초기작인 <블랙 피터>와 <금발머리 소녀의 사랑>은 1960년대 체코의 우울한 사회상을 담고 있다. 1967년 작 <소방수의 무도회>는 소비에트 체제 아래의 체코 정치 상황을 풍자한 코미디 영화로 자국에서 탄압받았다. 이듬해 민주화운동 ‘프라하의 봄’이 일어나며 소련군이 침공하자 포르만 감독은 미국으로 망명해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할리우드에 정착한 뒤 포르만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1971년 작인 <탈의>는 다수의 평론가에게 좋은 평가를 얻으며, 그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자유를 제한하는 정신병원의 실상을 통해 억압적인 체제를 비판한 1975년 작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그를 전 세계적인 유명 감독으로 올려놨다. 주인공 맥머피 역을 맡은 잭 니컬슨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던 이 작품은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5개 부문 상을 받았다.

1984년 연출한 <아마데우스>로는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8개 부문을 휩쓸며 명실상부한 거장의 대열에 올랐다. 영화의 야외 촬영은 주로 체코 프라하에서 이뤄졌다. 정치적인 이유로 미국으로 망명한 감독이 프라하에서 영화를 촬영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포르만은 아카데미 감독상 소감에서 “이 영화는 체코의 많은 예술가와 기술자들이 공동 작업한 미국 영화이기 때문에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후로도 하나의 장르에 매몰되지 않은 채 다양한 작품세계를 보여줬다. <발몽>이나 <제2의 연인> 같은 로맨스 작품은 감독 특유의 서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노동 계급을 위한 포르노 잡지 ‘허슬러’ 창간인 래리 플린트를 주인공으로 한 1997년 작 <래리 플린트>는 그에게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의 영광을 안겼다.

코미디 배우로 여겨졌던 짐 캐리의 진지한 연기 변신이 화제가 됐던 <맨 온 더 문>을 연출한 뒤 포르만 감독은 그 자신의 전기영화를 비롯, 몇몇 영화에 주·조연급 배우로 직접 출연했다. 체코 감독 밀로스 슈미드마예르의 <밀로시 포르만: 당신을 죽이지 않는 것>에는 주연 배우로 참여했다.

포르만 감독의 타계 소식에 할리우드 스타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영화 <맨 온 더 문>에서 앤디 카우프먼 역을 맡아 인연을 맺은 짐 캐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또 다른 위대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포르만, 얼마나 강인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나. 그와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적었다. 론 하워드 감독은 “(포르만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영화 감독 중 한 명”이라며 “이번 주말엔 그를 기리기 위해 포르만의 영화를 감상하자”며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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