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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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만화 삼국지 - 고우영

2018.04.15 22:57
윤준병 | 서울시 행정1부시장

다양한 인간군상의 매력

[윤준병의 내 인생의 책]①만화 삼국지 - 고우영

인생에서 결정적인 만남은 늘 우연히 찾아온다. 어릴 적 시골집의 구석에서 발견한 <만화 삼국지>와의 만남도 그랬다. TV나 휴대폰 같은 첨단 기기는 상상할 수도 없고, 변변한 책을 구하기도 어려워서 교과서가 유일한 읽을거리였던 시절이다. 집에 굴러다니던 <만화 삼국지>를 발견했다. 만화였기에 더 쉽게 읽어 내려갔는지 모르겠다.

그 흥미로운 놀잇감에서 나는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며 만나게 될 다양한 인간군상을 봤다. 우유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덕으로 사람을 포용할 줄 아는 매력을 가진 유비부터 용맹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던 장비, 뛰어난 전략가였지만 대업을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비운의 제갈량, 특유의 추진력과 통찰력으로 난세를 돌파해내고자 했던 지략가이자 모략가인 조조에 이르기까지.

그중에서도 관우는 가장 매력적이었다. 세속적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의를 좇는, 실로 담대한 인물이었다. 적으로 만난 조조마저 품고 싶어 할 만큼 명장(名將)이었고 조조의 끈질긴 환대에도 군신의 예를 굽히지 않은 의장(儀將)이었다. 특히 옛 주군인 유비에게 돌아가기 위해 다섯 관문을 헤쳐 나가며 조조의 여섯 장수를 죽이는 오관육참(五關六斬)의 장면, 어린 마음에도 ‘참 멋있다’고 감탄했다.

해를 더해가며 세상과 인간에 대한 시야는 넓어졌지만, 어린 시절 시골집 한구석에서 읽은 낡은 삼국지의 감촉은 여전히 생생하다. 요즘은 시절이 좋아져서 삼국지의 인물군상을 만날 수 있는 수단이 풍부해졌다. 영화는 물론 게임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그러나 그런 놀이 요소로는 각 인물의 내면을 바라보고, 행간을 고민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책장 깊숙한 곳에 있는 이 책을 우리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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