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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북미 정상회담, 세계 역사에 기록될 획기적 사건”

유신모 외교전문기자·정희완 기자
입력 : 2018.04.15 23:10:00 수정 : 2018.04.15 23:33:47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3일 서울 연세대 아펜젤러관에서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 의미와 방향에 대해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3일 서울 연세대 아펜젤러관에서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 의미와 방향에 대해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정상회담 릴레이 인터뷰 ① 반기문 “중재외교 표현 쓰면 안돼”“너무 민족적 감정에 쏠려 가슴이 먼저 뜨거워져서는 안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74·사진)은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 등을 두고 “세계 역사에 기록될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한반도 평화구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걸음을 완벽하게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3일 연세대아펜젤러관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신이 역사의 순간을 지날 때 그 옷깃을 잡는 사람이 역사를 이룬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위기의 순간에서 대화의 기회를 포착한 것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그러면서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핵 폐기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 명예원장을 겸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지금부터가 정말 중요하다”면서 “민족적인 감정에 쏠려 가슴이 먼저 뜨거워지지 말고 머리를 냉철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북한과 대화 국면에서 한·미 간의 튼튼한 동맹관계와 물 샐 틈 없는 전략협의를 ‘기본틀’로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북·미대화를 위한 ‘중재외교’ 표현을 쓰는 것은 한·미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 전 총장은 “우리는 이 문제에 중재자가 아니라 당사자”라며 “우리가 북한과 미국을 중재한다는 표현으로 북한 문제를 마치 미국에 떠넘기듯 하면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제적 시야를 넓힐 것을 주문했다. 그는 “국내 문제에 매몰되지 말고 글로벌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하면 결국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제적 지지를 받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남북정상회담 기조에 대해 “우리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북한 핵을 폐기하는 데 확고한 입장을 북한 측에 전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북한이 과거처럼 ‘살라미 전술’로 나가면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어렵더라도 확실한 우리 입장을 보여야만 북한과의 협상이 쉬워진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반 전 총장과 일문일답.

- 북한 신년사 이후 한반도 분위기가 급변했다. 전쟁을 우려하던 상황에서 평화가 찾아온 듯한 상황이다. 현재 정세를 어떻게 보나.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은 그 이후의 여러 진전 상황에 따라 아마 세계 역사에 기록될 획기적인 일이 될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겠다고 전 세계가 걱정했는데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실마리가 풀렸다. 신이 역사의 순간을 지날 때 그 옷깃을 잡는 사람이 역사를 이룬다는 말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계기를 잘 포착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워낙 산이 높으면 골도 깊고 기후도 돌변할 수 있다. 아직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완벽한 준비를 하는 게 필요하다.”

남북화해·경제협력 등은

북핵 문제 먼저 해결되면

자동적으로 따라오게 돼

-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나 각별히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이번은 1·2차 남북정상회담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어젠다 자체가 확 다르다. 무엇보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북한의 핵을 폐기하는 데 확고한 우리 입장을 북한 측에 전달해야 한다. 또 북한이 이제는 더 이상 국제사회 모든 국가들의 염원이나 비판을 무시하면서 혼자 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분명히 각인해야 한다. 남북 화해, 경제협력 같은 것은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자동적으로 따라오게 돼 있다. 또한 지금 한·미동맹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히 북핵 문제를 다루는 데 튼튼한 한·미동맹 관계를 기본틀로 가져야 한다.”

- 한국 사회는 남북관계의 인식차 때문에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국내적 갈등을 줄이고 관리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갈등 없는 나라는 없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압축성장을 했고 민주화도 압축적으로 성취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욕구와 수준이 다양화됐다. 정치적으로 보면 어느 나라나 보수와 진보가 있지만 우리는 이념적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 이런 문제 해결에 매달려야 한다. 대통령은 여야 없이 정치 지도자를 불러서 안보 대화도 하고 신속하게 국민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그런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 대통령 일정도 바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겠나.”

- 문재인 정부가 북·미대화를 중재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정부를 100% 신뢰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

“문 대통령이 기회를 잘 포착해서 활용했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 평가도 좋다. 한국에 대해 매우 비판적 논조였던 해외 언론들도 문 대통령이 중요한 역할을 해와서 이제까지 잘 끌고 왔다는 점에는 거의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다. 제가 강조하는 건 지금부터가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다 바뀌었다. 미국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지만 여러 가지 예측 불가한 발언도 많이 하고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아주 매파다. 이분들과 물샐 틈 없이 전략 협의를 하고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미국의 입장을 정확히 대표할 수는 없지만 언론 논조 같은 걸 보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우려가 느껴진다. ”

- 어떤 우려가 느껴지는가.

“우리는 남북 문제를 민족 입장에서 보는 경향이 있다. 분단된 단일민족이니까 그건 당연하다. 평화적인 화해·협력관계를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절대적 입장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핵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접근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이게 넓어지면 곤란하다. ‘중재 외교’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남북 문제를 한국 대통령이 중재한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말이다.”

- ‘중재 외교’라는 표현이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인가.

“세계에서 분단된 나라가 2개국 있다. 한반도뿐 아니라 키프로스도 1974년부터 분단돼 있다. 키프로스의 통일을 도모하기 위한 중재를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내가 했다. 두 정상을 수시로 초청해 아주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협상을 했다. 인구에 기초해서 대통령은 남키프로스에서 두 번 하고 그다음에 북키프로스에서 한다든가, 군대와 경찰은 어떻게 구성하고 사법부와 입법부 구성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 국가 통치에 대해 두 지도자가 나를 사이에 놓고 얼굴도 붉히고 밤도 새웠다. 그런 것이 중재다. 우리가 미국과 북한을 중재한다는 얘기를 하면 절대 안된다. 우리는 중재자가 아니라 당사자다. 물론 미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우리보다 훨씬 강하다. 하지만 우리가 북한 문제를 마치 떠넘기듯이 하면 안된다. 남·북·미 간 문제에서 북한은 계속 우리를 배제하고 미국하고만 이야기하려 한다. 그래서 우리는 평양이 워싱턴으로 가는 길은 서울을 통해야만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중재를 한다고 하면 이 문제를 방관자적 입장에서 보고 ‘우리는 남북 문제 할 테니 핵은 미국이 하시오’ 이런 거나 마찬가지다.”

-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기본적으로 남북 화해·협력 부분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남북관계 진전과 핵 문제 해결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나.

“핵 문제에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대 핵보유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국제적 규범이라든지 틀에 좀 더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핵이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한반도에 있기 때문에 그렇다. 너무 민족적인 감정에 쏠려서 가슴이 먼저 뜨거워져서는 안된다. 누구도 남한 정부가 북한과 화해, 경제협력을 하겠다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머리를 냉철하게 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면 남북 간 현안과 긴장관계는 자동적으로 풀릴 수 있다.”

-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구축을 합의해도 이행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5년간 매달린 비핵화 협상도 성공 못했는데 여기에 평화체제 구축, 관계 정상화 같은 엄청난 문제들을 병행 추진해서 해결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나.

“어렵지만 그것은 북한이 어떤 태도를 갖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의지를 보이는지 보면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처럼 여러 조건을 달아서 ‘살라미 전술’로 나가기 시작하면 미·북 정상회담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어렵더라도 확실한 우리 입장을 보여야만 북한과 협상하는 게 쉬워진다. 그렇지 않고 남북이 만나서 과거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면 미국이 아마 매우 강경하게 나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로 다 자존심이 있는데 미·북 대화가 깨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게 걱정된다.”

한반도 평화 구축 문제에

국제 우호세력 만들려면

우리가 더 많이 기여해야

- 한반도 문제는 남북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관심사가 됐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해졌다.

“국제사회 원로모임인 ‘엘더스 그룹’ 일원으로 활동 중인데 이번주 엘더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 런던에 간다. 거기서 북한·북핵 문제를 토의할 예정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발표했지만, 얼마 전 엘더스 그룹 명의로 남·북·미 정상에게 역사적 계기를 잘 포착해서 잘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보냈다. 당사자들이 직접 이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럼에도 국제적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한반도 문제에 대해 국제적으로 지지받고 우호세력을 만들려면 국제 문제에 눈을 돌리고 국제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할 때 항상 느낀 것이 한국의 국제적 시야가 너무 좁다는 것이다. 국내 문제에 매몰되지 말고 유엔의 지속가능개발 목표, 기후변화 문제 같은 글로벌 이슈에 적극 참여하고 기여해야 한다. 그런 것들이 결국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제적 지지를 받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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