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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용역 업체 “조윤선 장관 악성글 등 두 달 만에 절반”

2018.04.16 06:00 입력 2018.04.16 06:01 수정
강진구 탐사전문기자

“우호적 글 많이 써 내려보내”

실험 용역 보고 1주일 뒤에

박 대통령 “SNS 신속 대응”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3년 12월30일 SNS상 유언비어에 대한 신속한 대응지시(왼쪽)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구축한 빅데이터 여론분석 시스템 매뉴얼.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3년 12월30일 SNS상 유언비어에 대한 신속한 대응지시(왼쪽)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구축한 빅데이터 여론분석 시스템 매뉴얼.

여성가족부가 조윤선 장관 재직 시절인 2013년 온라인 이슈 대응을 위해 ‘댓글부대’를 운영한 사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로 구축한 빅데이터 여론분석 시스템의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다.

15일 경향신문은 2013년 8월 조윤선 장관 재직 시절 여가부에서 작성한 ‘온라인 이슈에 대한 전략적 대응방안’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해당 문건은 온라인 홍보의 문제점으로 “여성가족부 정책이 주요 포털에서 루머와 부정확한 사례가 노출되고 모니터 전담인력이 없어서 온라인 이슈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건은 이어 “부정적 게시물 저지 및 이슈 관리 등을 위해서는 보안이 담보되는 전문 업체의 도움이 절실한 실정”이라며 사실상 ‘댓글부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건은 또 ‘우호세력 연계활동’ ‘부정적 게시물 및 연관 검색어 조치’ 등을 구체적 대응방안으로 제시했다.

여가부에서 작성한 문건은 단순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겨졌다. 2014년 3월 한 컨설팅 업체는 여가부에 ‘온라인 홍보 효과 제고를 위한 컨설팅 위탁사업 제안서’를 내면서 전년도 자신들이 실행한 용역 결과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중에는 ‘자체 보유한 250여명의 분야별 파워블로거 활용’ ‘300여개 분야별 카페 및 가입·등업 완료한 150여개 아이디 활용’ 등의 내용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가기 전 여성가족부에서 온라인 이슈 대응을 위해 두 달간 ‘댓글부대’를 시범 운영한 결과보고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가기 전 여성가족부에서 온라인 이슈 대응을 위해 두 달간 ‘댓글부대’를 시범 운영한 결과보고서.

해당 업체가 제출한 결과 보고서에는 사업의 목적이 ‘네이버, 다음, 네이트, 구글의 검색 노출 결과에 있어 여성가족부, 조윤선의 노출 모니터링 개선’ ‘다양한 루머, 이슈에 대한 해명 및 진실 전파’로 적시됐다. 여가부가 장관과 부처의 온라인 이미지 관리를 위해 용역업체를 ‘댓글부대’처럼 활용한 것이다.

해당 용역업체는 자신들이 한 일을 ‘카페, 지식인 등 다양한 콘텐츠 생산’ ‘목적 콘텐츠 검색 최상단 노출’ ‘목적 콘텐츠 다수 검색 노출’ 등 유형별로 구체적 사례를 들어 제시하기도 했다. 해당 업체에서 일했던 직원 ㄱ씨는 “네이버, 다음, 구글 3곳에 조윤선 장관 악성글을 안 보이게 하고 긍정적인 정보가 나오는 일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안 좋은 글이 있으면 댓글 숫자를 계산해서 그에 상응하는 만큼 우호적 글을 많이 써서 안 좋은 글을 내려보내는 식이었다”고 했다.

해당 업체는 2013년 12월23일을 기준으로 두 달간 용역 수행 결과를 통계치를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3대 포털에서 부정적인 콘텐츠 노출이 53.8%에서 26.6%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여가부의 이 같은 시험 용역 결과가 나오고 1주일 후인 2013년 12월30일 박 전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포털과 SNS의 비판적 여론을 ‘루머’나 ‘유언비어’로 규정하고 신속한 대응을 강조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빅데이터 여론분석 시스템 구축이 시작됐다.

만약 여가부의 용역 결과가 박 전 대통령 발언에 영향을 미쳤다면 문체부가 구축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여론분석 시스템은 2013년 8월 여가부의 온라인 이슈 대응을 위한 전략 문건에서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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