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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대기업 연구원, 왜 알코올중독에?

2018.04.16 08:51 입력 2018.04.16 09:00 수정
강용혁 분당 마음자리한의원장

우리는 분명 어떤 행동이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행동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게임을 이제는 그만 해야겠다 생각하면서도 멈추기가 힘듭니다. 한마디로 중독현상입니다.유혹을 참지 못하고 온갖 종류의 중독에 빠지지만, 지나고 나면 공허하고 후회됩니다. 잠시의 기쁨은 사라져버리고 후회와 고통만이 밀려오게 됩니다. 흔히 아는 알코올, 게임, 도박, 약물 중독 외에도, 많은 종류의 중독 현상이 있습니다. 언뜻 보면 알코올중독은 무절제나 의지의 문제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중독치료 내원자들을 보면 사회적 지위나 교육수준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공부 잘 하던 모범생 아이들도 갑자기 게임중독이나 성형중독에 빠지기도 합니다.

단순히, 무절제와 의지부족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이 병을 고치기가 어렵습니다. 알코올중독을 포함해 모든 중독의 본질은 ‘도피’입니다. 한마디로 자기 삶으로부터 도망치는 겁니다. 왜 도망칠까요? 뭔가 어렵고 두렵고 불편한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목적입니다.

중독에 빠져있어야 당장은 그런 두려움을 덜 느낍니다. 그래서 보호자나 치료자가 그런 중독 대상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떼어 놓으려고 해도, 환자는 기를 쓰고 그 중독에서 벗어나질 않으려 합니다. 이는 단순히 무능이나 무절제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에 자기절제가 너무 뛰어난 사람도, 자신이 위험에 처했다 싶을 때는 그 무언가에 중독되어 도망을 치려고 하게 됩니다. 내 삶에서 우울, 불안, 분노가 생겨나는데, 이를 도저히 지금 현재의 내 힘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싶은 순간에 와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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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중독과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대기업 연구원 ㄱ씨도 그런 사례입니다. 명문대를 나와서 대기업 연구원으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잘 해왔습니다. 하지만, 석유화학분야의 해외사업이 축소되는 바람에 연구실도 그룹 차원에서 축소 통폐합이 되었습니다. ㄱ씨는 자신이 원래 해오던 연구를 지속할 수 없게 됐고, 전공과는 전혀 다른 업무를 떠맡다보니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불안감이 높아졌습니다. 이런 불안 때문에 잠도 잘 오지 않았습니다.

이 무렵, 어릴 때 아버지가 일없이 집에 누워 술에 취해있던 모습들이 떠올랐습니다. ㄱ씨도 불면증을 이유로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이 알코올중독까지 이르게 된 겁니다. 어릴 때 아버지의 모습이 각인되었다가, 자신도 성인이 되어 좌절감에 빠졌을 때 여러 가지 중독 대상들 중에서도 자연스레 술을 통해 도피하던 아버지의 선택을 자신도 똑같이 하게 됩니다. 단순히 유전이 아니라, 가정 내에서 직간접적으로 학습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ㄱ씨가 과연 술을 너무 좋아하고 무절제해서 생긴 문제인가 하는 점입니다. 보호자들이 아무리 “술부터 끊어라”며 다그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부정적 감정과 생각에 휩싸일 때 그 고통에서 어떻게든 잠시라도 벗어나보려는 몸부림입니다.

ㄱ씨의 알코올중독 문제 해결을 위해선 지금 무엇이 필요할까요? 자제력이 부족하다며 비난하는 것일까요? 한의사 강용혁의 심통부리기 제 231화에서 다양한 중독 사례들과 함께 그 해법에 대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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