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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항모’ 전개 비용까지 내라는 미국…내년 방위비 분담 1조원 넘을 듯

2018.04.16 21:20 입력 2018.04.17 10:11 수정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전략자산 분담금 뜨거운 감자

미 B-52 전략폭격기가 2016년 오산 공군기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미 B-52 전략폭격기가 2016년 오산 공군기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미군이 운용하는 전략자산이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측은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시키겠다고 나섰고, 한국 측은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어긋나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군이 경북 성주 골프장 부지에 배치한 전략자산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지 공사를 놓고 국방부와 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회 등 6개 사드 반대 단체가 갈등을 빚었다. 국방부는 사드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한·미 장병들의 생활환경 개선 공사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반대 단체들은 사드의 영구 배치를 위한 공사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략자산이란 무엇인가

미국이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제주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의 2차 회의에서 전략자산(무기)의 한반도 전개 비용을 한국 측에 분담할 것을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전략자산이 뭐길래 미측이 비용을 요구하는지에 대해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본래 미국이 정의하는 전략자산은 미 전략사령부 통제 아래 핵억제 작전임무를 수행하는 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B-2·B-52 전략핵폭격기, 전략핵잠수함(SSBN) 등 핵3축 체계인 트라이어드(Triad)다. 여기에 재래식 무기와 저강도 핵무기(B-61 핵중력폭탄)를 함께 장착할 수 있는 이중목적항공기(dual-cable aircraft)도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미 간 합의에 따른 미 전략자산의 개념과 범주는 좀 다르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위해 ‘핵우산’과 ‘재래식 타격능력’,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위의 군사적 능력을 운용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은 확장억제 공약 이행을 위해 운용하는 군사능력 가운데 동맹국에 대한 확장억제력을 제공할 수 있는 군사적 수단을 전략자산으로 구분한다는 게 국방부 설명이다. 즉 동맹국에는 공약에 대한 신뢰를, 적대국에는 침략과 도발을 억제하게 하거나, 침략 또는 도발 시 효과적·압도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군사적 수단이 전략자산이라는 것이다.

핵잠 등 유사시 확장억제력 제공
전략자산, 한국엔 개념·범주 달라
재래식 타격·미사일 방어능력 등
모든 범위 군사적 능력 운용 합의

한·미는 이 같은 확장억제 개념을 전제로 전략자산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는 미국의 핵우산 관련 자산으로, 미측이 원래 전략자산으로 정의하고 있는 핵3축 체계 및 이중목적항공기와 일치한다. 둘째는 재래식 타격능력으로, 적대국을 대상으로 압도적인 정밀타격 능력을 운용할 수 있는 자산이다. 핵추진 항공모함과 ‘죽음의 백조’로 잘 알려진 B-1B 전략폭격기, 줌왈트급 구축함 등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동맹국과 해외주둔 미군전력 보호를 위한 미사일 방어능력을 전략자산에 포함시키고 있다. 사드와 패트리엇, SM-3 등 요격체계와 전진배치가 가능한 탐지레이더가 여기에 해당된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한·미가 합의한 기준으로 보면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F-35B의 경우 전략자산에 포함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6년 한반도 해역에 전개된 미 항모 조지 워싱턴함에서 F/A-18 호넷이 이륙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해군 홈페이지

2016년 한반도 해역에 전개된 미 항모 조지 워싱턴함에서 F/A-18 호넷이 이륙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해군 홈페이지

■전략자산 전개비용의 허실

방위비 분담금 협정엔 포함 안돼
미국은 ‘사드’ 먼저 염두에 둔 듯
주한미군 주둔비용 지원 한정된
방위비 분담금 성격 변할 가능성

원칙적으로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에 따르면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비용은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시키면 안된다.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비용 지원 성격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주둔비 중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와 군사건설비, 군수 지원비 등 명목으로만 쓰게 돼 있기 때문이다. 미 전략무기는 한국 측 요구에 따른 것도 있지만, 미측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경우도 있다. 게다가 미 전략자산의 전개비용을 방위비 분담금 협상 의제로 삼게 되면 ‘주한미군 주둔비용 지원’이라는 방위비 분담금 성격 자체가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국방부 판단이다.

이 때문에 미측이 전략자산의 전개 비용을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은 사드를 가장 먼저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사드와 X밴드 레이더는 한·미가 합의한 전략무기 범주에 들어가면서 경북 성주 기지에 배치한 상태이기 때문에 주한미군 주둔비용에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 박근혜 정부 시절 한·미가 ‘사드 전개와 운영·유지비용은 미국 측에서 부담하고, 전기와 도로, 부지 제공 등은 한국이 부담한다’고 합의한 것과 배치돼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사드 배치 비용으로 10억달러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규모가 내년부터는 1조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될 것으로 군 안팎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4월26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골프장 부지에 사드 발사대가 배치돼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이날 새벽 하드 핵심장비인 X-밴드 레이더, 발사대, 요격미사일 등을 전격 반입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4월26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골프장 부지에 사드 발사대가 배치돼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이날 새벽 하드 핵심장비인 X-밴드 레이더, 발사대, 요격미사일 등을 전격 반입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군, 막사 정화조 넘쳐 전염병 우려된다는데…2차대전 땐 전쟁 승패 갈랐다
■사드와 화장실 논란

주민들, 미군 장비 반출·반입 반대
장병 생활여건 개선 공사엔 긍정적
오·폐수 시설 공사까지 갈등 휘말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단체는 사드 기지 내 장병 생활환경 개선공사는 허용하지만, 주한미군과 관련된 공사와 통행은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국방부는 사드 기지 내 한·미 장병들 숙소 누수공사와 오·폐수시설 공사, 조리시설, 냉난방시설, 정수시설, 숙소 확장 등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장병 생활여건 개선에 필요한 부분(에)만 (공사장비가) 들어가려는 것”이라며 “기지에 주둔 중인 장병들 생활여건이 매우 열악하고 공사를 더 미루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오·폐수 처리와 위생시설도 문제 있고 지붕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사드 기지에는 16일 현재 미군 130여 명, 한국군 경비병력 270여 명 등 한·미 장병 400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그러나 시위대가 지난해 11월 이후 자재 반입을 막아 환경개선 공사는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한·미 장병들이 임시로 사용하고 있는 골프장 클럽하우스였던 건물의 적정인원은 1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 건물을 생활관으로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공간이 좁다. 대규모 조리시설이 없어 한·미 장병들은 주로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기지 내 조리시설로는 150명 분이 한계라는 게 국방부 설명이다. 성주 기지에 근무 중인 미군은 2주, 한국군은 4~5개월마다 교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드 X밴드 레이더 가동에 필요한 고압전력 공사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헬기로 기름을 공수해 발전기를 가동한 후 발생한 전력으로 레이더를 운용하고 있다.

미군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정화조 오·폐수가 넘치고 있는 상황으로 “전염병이 우려될 정도”라는 게 국방부 고위 간부의 설명이다. 지난겨울 계획했던 급수관로 공사를 아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군 209급 잠수함 화장실에 붙어 있는 ‘변기 막힘’ 주의 경고문

해군 209급 잠수함 화장실에 붙어 있는 ‘변기 막힘’ 주의 경고문

■‘막힌 변기’는 해군의 적

과거 전쟁 사례를 보면 화장실 문제가 군사작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내셔널지오그래픽스가 제작한 다큐물 <Generals at war : The Battle of Alamein>을 보면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북아프리카에 투입된 독일군이 패한 원인 중 하나를 ‘화장실’ 문제로 지목하고 있다. 당시 에르빌 롬멜 장군이 지휘하던 독일군은 전격전을 치르느라 화장실도 급조해 대충 ‘큰일’을 보고 뒤처리에 소홀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독일군이 머무른 숙영지에는 무덥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파리와 구더기가 들끓게 됐고, 독일군은 이질과 설사 등 각종 세균성 질환에 시달렸다. 반면 영국 8군은 육군위생교범에 따라 땅을 깊숙이 파고 밀폐할 수 있는 통으로 위생 변기를 제작했다. 천으로 만든 덮개까지 달려 있었다. 그 결과 영국군 등 연합군에서는 이질·설사 환자가 드물었다.

해군은 잠수함 화장실에 특별한 신경을 쓴다. 해군 잠수함 화장실에는 특이한 경고문구가 눈에 띈다. ‘외부 배출변이 막히면 상가를 해야 하며 출동 중에는 임무를 포기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상가’는 수리 등을 위해 함정을 육지로 올린다는 뜻이다.

실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유보트 1206호는 1944년 4월1일 첫 정찰임무를 받고 투입된 스코틀랜드 바닷속에서 변기가 터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오물과 해수가 섞인 오염수가 기관실로 들어가 엔진을 고장 내고 유독가스를 내뿜는 바람에 1206호는 수면 부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연합군에 투항했다.

2005년 1월에는 충남 논산의 육군훈련소 중대장이 훈련병들에게 볼일을 본 후 물을 제대로 내리지 않았다며 인분을 입에 넣도록 강요한 ‘엽기적인’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화장실 변기의 수압이 약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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