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지배한 과르디올라EPL 정복기

2018.04.16 21:35 입력 2018.04.16 21:37 수정
류형열 선임기자

1년 만에 ‘점유율 축구’ 완성

지난 시즌 3위 수모 맨시티

홈 20연승 등 신기록 우승

한 맨체스터 시티 팬(오른쪽)이 지난 8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얼굴 사진과 함께 ‘천재’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있다. 다른  팬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조제 무리뉴 감독의 별명을 조롱하며 적은 ‘더 피니시드 원’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맨체스터 | AFP연합뉴스

한 맨체스터 시티 팬(오른쪽)이 지난 8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얼굴 사진과 함께 ‘천재’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있다. 다른 팬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조제 무리뉴 감독의 별명을 조롱하며 적은 ‘더 피니시드 원’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맨체스터 | AFP연합뉴스

조제 무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16일 꼴찌 웨스트브롬과의 홈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이렇게 한탄했다.

“모든 게 복잡했고, 너무 느렸다. 우리는 빠르게 경기하지 못했고, 생각도 빠르지 못했다.”

무리뉴가 원하는 플레이를 시즌 내내 완벽에 가깝게 구현한 게 바로 맨체스터 시티였다. 맨시티의 플레이는 단순했고, 빨랐고, 정교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점유율 축구, 기술 축구, 속도 축구, 패스 축구로 시즌 내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맨시티(87점)는 2위 맨유(71점)가 승점 추가에 실패하면서 남은 5경기에 관계없이 2017~2018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2013~2014시즌 이후 4시즌 만에 통산 5번째 우승이다.

축구에 정답은 없다. 2015~2016시즌 레스터시티는 불과 40%의 점유율로도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올랐다. 2016~2017시즌을 제패한 첼시의 점유율도 53%에 불과했다. “시인들은 많은 트로피를 획득하지 못하는 법”이라는 무리뉴의 말은 실용주의 축구의 명분인 동시에 프리미어리그의 정서를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해외축구 돋보기]속도 지배한 과르디올라EPL 정복기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사진)은 전혀 다른 축구로도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과르디올라는 라리가와 분데스리가에서 딱 1번을 빼놓고 리그 우승을 놓치지 않은 명장이다. 그랬던 과르디올라가 2016~2017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에서 3위에 그치자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려면 원칙을 바꿔야 할 것”이라는 조언이 쏟아졌다. 과르디올라는 타협 대신 자신의 원칙을 더 밀어붙였다.

2016~2017시즌 61%였던 맨시티의 점유율은 올 시즌 65.9%로 더 높아졌다. 과르디올라의 철학이 이식된 맨시티는 무서웠다. 프리미어리그 역대 신기록인 18연승을 달렸고, 원정 11연승, 홈 20연승 등 갖가지 기록들을 양산하며 프리미어리그를 초반부터 지배했다. 득점(93골)과 실점(25골) 모두 1위를 기록 중이고, 패스 수에서도 2만4193개로 2위 아스널(2만798개)을 3000개 이상 앞섰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그렇게는 우승을 못한다고 하는 방식, 사람들이 보고 즐거워할 수 있는 축구를 하면서도 결과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과르디올라의 장인 정신에 케빈 더 브라위너의 비전, 다비드 실바의 헌신, 라힘 스털링의 발전과 르로이 사네의 질주, 뱅상 콤파니의 리더십이 어우러진 성과물이었다. 특히 골키퍼 에데르송을 영입한 게 마지막 신의 한 수였다. 에데르송이 들어오면서 맨시티는 11명 모두 패스할 수 있는 팀이 됐다.

과르디올라의 축구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리버풀에 3연패를 당하고, 맨유에 일격을 당한 것은 완벽했던 시즌에 남겨진 얼룩 같은 것이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과르디올라의 고집을 감안하면 내년 시즌 더 강해질 맨시티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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