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기식 사태에서 청와대가 배워야 할 것

2018.04.16 22:00 입력 2018.04.17 00:23 수정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임기 말 민주당 전·현직 의원의 모임 ‘더좋은미래’에 5000만원을 기부한 행위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유권해석했다.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의 돈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관행에 대해서도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의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며 지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주 청와대가 김 원장에 대해 질의한 4가지 사항 중 상당 부분에서 위법하거나 위법의 여지가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선관위 해석이 나온 직후 김 원장은 사퇴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김 원장에 대한 검증 책임을 들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겨냥한 야당의 사퇴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가 김 원장의 임기 말 후원금 기부처리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예상했던 바다. 선관위는 김 원장이 이 돈을 기부하기 전 이미 “종전의 범위 내에서 정치자금으로 회비를 납부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113조에 위반된다”고 밝힌 바 있다. 선관위의 이번 판단은 당시 해석을 재확인한 것뿐이다. 김 원장이 피감기관 지원으로 해외출장을 간 것이나 임기 만료 직전 후원금 보좌관 퇴직금 지급 등은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했다. 이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 금감원장의 행위가 ‘위법이거나 관행에 비추어 평균 이하’라면 사임하도록 하겠다며 김 원장의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을 선관위로 미룬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고위공직자의 적격 여부는 선관위에 판단을 맡기기보다 문 대통령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문 대통령은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며 발탁 인사의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이 역시 임명권자가 극복해야 할 문제다.

이번 사건으로 고위 공직자 인선 기준은 시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밖에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청와대는 향후 더욱 엄격히 고위공직자를 검증해야 한다. 김 원장에 대해 재검증까지 해가며 문제가 없다고 한 조국 민정수석의 책임은 무겁다. 김 원장이 선관위 해석을 무시하고 기부를 강행했던 것을 걸러내지 못하고, 피감기관이 후원한 해외출장의 문제점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청와대 검증팀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검증에 허점을 드러냈다. 그동안 대통령의 의중만 살폈지 객관적으로 검증하지 못하지 않았는지 심각히 자성해야 한다. 정치권도 이번에 드러난 의원들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야 한다. 선관위가 위법 내지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만큼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을 금지하는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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