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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마음은 콩밭에 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입력 : 2018.04.16 22:07:00 수정 : 2018.04.16 22:09:12

부어놓은 길고양이 사료를 비둘기들이 연신 쪼아 먹길래 후여 쫓았더니 근처 나무 위로 올라가 안 가고 기회만 엿보더군요. 그 굵은 목에 내리깔듯 쳐다보는 모습이 꽤나 거만해 보였습니다. 제가 가면 분명 다시 내려와 눈알 굴리며 굽실굽실 목 흔들고 먹을거리로 다가가겠지요. 흔히 다른 것에 정신 팔려 정작 이 자리에서 해야 할 것은 건성으로 할 때 하는 말이 ‘마음이 콩밭에 있다’입니다. 이것은 ‘비둘기 마음은 콩밭에 있다’는 속담을 줄여서 말하는 것인데, 이 속담도 사실 줄어든 것입니다. 원래는 ‘비둘기 몸은 나무에 있어도 마음은 콩밭에 있다’입니다. 비둘기란 녀석은 유독 다른 새들보다 콩을 그렇게 좋아합니다. 콩밭을 망쳐놓는 것은 물론이고 갓 파종한 콩알도 귀신같이 파헤쳐 찾아먹습니다.

콩 맛을 안 비둘기라면 가지에 앉아 자나 깨나 콩 생각밖에 안 날 겁니다. 사람 역시 재미 하나에 빠져들면 온통 그 생각뿐입니다. 고스톱에 빠져들면 닭 한 마리만 봐도 자기도 모르게 ‘똥광’을 떠올리고(사실은 닭이 아니라 봉황과 (벽)오동나무입니다), 당구에 처음 재미 들리면 강의실 녹색 칠판이, 누워서 천장이 온통 당구대로 보이며 머릿속에서 저절로 큐대 각도 재듯 말입니다.

각기 다른 기사로 뜬 두 장의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 사진에서는 ‘도와주십시오’ 팻말을 건 후보가 굽실굽실 불쌍한 표정을 짓고, 얼마 뒤 기사 사진에서는 당선 국회의원이 처우개선 좀 해달라 팔 붙든 청소노동자이자 국민에게 목 빳빳이 세우고 눈 내리깔며 ‘감히!’라는 거만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지요. 높이 앉은 비둘기가 저 아래 콩알에만 정신 팔렸듯, 국회의원 후보 중에는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삶보다는 금배지가 주는 권력과 돈이란 콩 맛에만 빠진 이도 있을 것입니다. 고고하게 높이 앉아 주워 먹을 콩만 살피는 ‘닭둘기’ 눈에는 저 높은 이상보단 그저 바닥의 콩알만 눈에 들어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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