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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떠넘기기 교육정책

2018.04.16 22:07 입력 2018.04.16 22:08 수정

입시는 나쁜 놈들의 세계다. 존재하는 것은 온통 나쁜 입시들일 뿐, 착한 입시란 존재하지도 않는다. 현재 대학입시에서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는 핵심요소는 무엇일까. 내신(학생부교과), 수능, 논술고사, 구술면접고사, 학생부비교과 등을 꼽는 데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 모두는 하나같이 나쁜 입시들이다.

[학교의 안과 밖]문재인 정부의 떠넘기기 교육정책

내신은 경쟁의 성격이 매우 잔인한 입시다. 경쟁의 대상자가 오로지 학교 친구들이다. 또 주입식 암기식 공부를 유발하는 정도가 매우 심한 입시다. 수능은 전국의 학생을 단일한 시험으로 줄 세우는 획일적 입시다.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사고력을 기르지 못하는 선다형 객관식 시험이다. 문제풀이 학습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입시다. 논술고사와 구술면접고사는 학교수업과의 괴리가 매우 큰 입시다. 학교수업과 크게 동떨어져 사교육을 유발하는 정도가 매우 심하다. 입시불평등을 가장 크게 심화시키는 입시다. 학생부비교과는 오랫동안 입시의 희생양이었지만 입시의 영역으로 들어온 후엔 교육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그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입시로서의 비교과는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에게 끝없이 위선과 거짓을 강요한다. 또 부모와 학교가 입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부모와 교사가 학생의 조력자 역할을 넘어 학생과 함께 뛰는 선수 역할을 한다.

이 나쁜 입시들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교육부는 어떤 태도를 보여 왔는가? 지극히 선한 태도로만 일관해 왔다. 나쁜 입시들의 영향력을 줄이거나 없애려고 했다. 내신은 5등급 절대평가를 검토하고 있다. 대선공약은 아니지만 내신 절대평가제가 고교학점제의 성패를 좌우하는 필수요소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수능은 전 과목 9등급 절대평가제가 유력하다. 전 과목 수능 절대평가제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이다. 논술고사와 구술면접고사는 폐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논술고사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그리고 구술면접고사는 논술고사와 유사한 성격의 대학별고사다. 논술고사를 폐지해야 한다면 구술면접고사 또한 폐지해야 마땅하다. 비교과는 항목과 분량의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비교과 중 객관성이 그나마 뛰어나고 입시변별력이 큰 수상 항목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하나하나를 따로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와 교육부는 박수받을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데에 있다.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밀어붙이면? 불가능하다. 그래도 강력히 밀어붙이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혼란과 무질서’라는 새로운 문제가 추가될 뿐이다. 입시 무정부주의라는 새로운 세계가 도래할 뿐이다.

우리는 나쁜 입시들 중 그 어떤 것(들)에는 반드시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무엇에 내밀어야 할까? 모든 상황을 고려하되 그 결단을 냉혹하게 내리는 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지난 11일 교육부가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했다. 결국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지나치게 많은 것을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기고 말았다. 프로인 교육부가 결정 못한 것을 아마추어에 불과한 국가교육회의가 제대로 결정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 입시정책이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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