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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해체를 강요하는 복지제도

방귀희 | (사)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입력 : 2018.04.16 22:11:00 수정 : 2018.04.16 22:16:21

가정 해체를 강요하는 복지제도

예전에는 가족이라고 하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포함된 대가족이었다. 집안이 항상 가족들로 북적거려 혼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 나는 집에 오면 혼자이다. 언니들이 혼자 사는 장애인 동생을 위해 안부를 묻는 일도 스마트폰이 생기자 전화 대신 카톡으로 바뀌었다. ‘별일 없지?’라고 물으면 ‘그럼’이라고 짧게 대답하다가 그것도 귀찮아서 미소 이모티콘을 날린다.

이 변화가 어찌 나 혼자에게만 일어났으랴. 요즘 우리 사회는 가족이 있어도 학교나 직장 등의 이유로 혼자 사는 1인 가정이 많다. 2015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인 가구가 주된 가구유형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에 따라 ‘혼밥’이니 ‘혼술’이니 하는 혼자 하는 생활 패턴이 우리 사회의 경제와 문화를 바꾸어가고 있다.

1인 가구 가운데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은 젊은 층으로 이유 있는 혼족이지만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독거노인, 독거장애인으로 원치 않게 버려져서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린 혼족이다. 사람들은 독거노인은 처음부터 그렇게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독거노인 가운데에는 한때 중산층으로 멋지게 살았던 분들이 많다. 예전에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다가 늙어서 힘이 없어지면 일을 놓고 자식들의 봉양을 받으며 노년을 편안히 보냈으나 베이비붐 시대 사람들은 급속한 산업 발전으로 큰 재산을 모았지만 그것을 자식들에게 몽땅 물려주고 노년에는 빈털터리가 되었다. 예전처럼 자식이 부모를 모시기 어려워진 사회 변화 속에서 독거노인으로 전락한 노인층은 온갖 회한을 가슴에 품고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비루한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불행한 사태가 OECD 국가 가운데 노인자살률 1위라는 가슴 아픈 결과를 낳았다. 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로 몇 달 후에야 죽음이 발견되고 가족과 연결이 되어도 시신 인수를 거부하여 무연고 처리가 되어 뼛가루가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혼자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오늘, 우리는 진지하게 가족과 가족이 살고 있는 가정에 대하여 생각해봐야 한다. 가정을 구성하고 있는 가족 모두 뛰어난 능력을 갖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공부를 조금 못해서 또는 성격상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사회생활이 어려울 수도 있고, 건강이 나빠서 혹은 장애를 갖고 있어서 특별한 돌봄이 필요한 가족도 있다. 그리고 누구한테나 다 찾아오는 노화로 노인이 된 가족도 있는데 이런 가족의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가족 해체가 아니라 가족끼리 지지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정부의 사회복지제도이다. 가족 단위의 사회적 지원으로 가정이 해체되지 않도록 해주어야 그들이 버림받지 않고 가족이 있는 가정에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모든 사회문제는 가정의 해체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회복지제도는 가정의 해체를 부추기고 있다. 국민생활기초수급자가 되려면 부양가족이 없어야 한다. 있어도 서로 연락이 단절되어야 한다. 장애인을 돌봐주는 활동보조서비스제도도 가족은 활동보조인이 될 수 없다. 독거장애인에게 활동보조서비스 시간이 더 많이 지원되기 때문에 장애인은 사회적 서비스를 받기 위해 혼자 살아야 한다.

이렇듯 독거생활이 지원 조건이 되자 복지서비스를 받기 위해 1인 가구가 되고, 그런 과정에서 가족들과 멀어져 진짜 고독한 독거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독거 상태의 노인이나 장애인을 지역사회 복지기관의 사회복지사 한두 명이 보살핀다는 것은 역부족이다. 가족이 돌봐줄 수 있도록 사회복지서비스제도가 가족 지원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 우리 가족은 가족이 아니다. 우리에게 가족이란 것이 있나 싶을 때가 있다. 어려울수록 힘이 되어주는 것이 아니라 어려울수록 떨쳐버린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가족을 보살필 수 없다고 당당히 말한다. 돌봄서비스 비용을 가족에게 지급해서 가정이 직장이 되게 한다면 우리 가정이 좀 더 가정다워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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