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조작

팬덤 이용해 현실정치까지 개입…디지털 정치브로커 ‘위험한 진화’

2018.04.16 23:27 입력 2018.04.16 23:28 수정

일정 정치지향·영향력 가진 파워블로거·온라인 모임 등 조직표 몰아주며 여론조작

선거 브로커 방식과 유사…온라인 영향력 갈수록 커져

‘네이버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김모씨(48·필명 드루킹)의 구체적인 활동 내용이 알려지면서 ‘현대판 디지털 정치 브로커’라는 말이 나온다. 정치적 영향력이 큰 일부 파워블로거나 기술자들이 예전 선거 때면 활개를 치던 직능·지역단체 ‘총책’이나 선거 브로커들과 비슷한 행동방식을 보이고 있어서다.

‘디지털 브로커’는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포털 사이트 댓글 활동을 진두지휘하는 식으로 움직인다. 예리한 정치·정세 분석글로 명성을 쌓은 뒤 회원 수 2500명에 이르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카페로 조직을 이룬 다음, ‘매크로’를 통해 포털사이트 여론조작에 개입한 드루킹이 대표 사례다.

이명박 정부 등 보수 정권 당시 국가정보원이나 국군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구 차원에서 댓글 등을 통한 여론조작이 이뤄졌다면, 지금은 민간에서 점조직 형태로 발달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2년 전 총선에서 당선된 직후 어떤 분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의원님 활동에 감명받아서 도움을 좀 주고 싶다. 트위터 팔로어를 500명 정도 늘려주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런가보다 했는데, 곧바로 내가 들어줄 수 없는 민원을 들이밀더라. 깜짝 놀라서 (연락을) 딱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한 호남 지역 의원은 “요즘 선거에선 선대위에 SNS본부를 두는 게 당연시되지 않느냐”며 “지난 대선 때도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자체 모임을 만들어서 SNS본부에 연락해오는 등 온갖 제의가 많았다. 그만큼 탈도 많아 경계를 했다”고 했다.

사이버 세계에서의 영향력을 과대포장하는 경우도 많다. 인터넷상에서 이름이 났던 한 인사는 2012년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 당시 특정 후보 지원을 위해 온라인 여론몰이에 7억원을 썼다고 떠들고 다녔으나, 사실무근으로 결론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선수급’ 정치꾼들을 경계하는 기류도 있다. 한 야당 의원은 “(나는) 외부에서 제안을 해온 사람에게 의존해서 온라인 세력을 확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브로커들은 민원 청탁이 가장 먹히기 좋은 시기인 선거 때, 한 표가 아쉬운 출마자의 사정을 십분 활용해 활개를 친다. 예나 지금이나 이 같은 선거판의 기본구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PC통신→2000년대 인터넷→2010년대 온라인 커뮤니티·SNS·댓글 중심으로 사이버 여론 광장이 확대되면서 브로커도 달라진 환경에 맞춰 진화했다.

다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의견 표명과 조직적인 여론 형성 개입 행위는 경계가 모호하다. 공론장으로서 온라인은 진흥돼야 하지만, 이번 사태로 드러난 폐해는 규제 대상이다. 갈래를 타기 쉽지 않은 문제로, 입법기관인 정치권은 물론 사회적 차원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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