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기 금감원장 기록…‘금융개혁의 꿈’은 언제 이룰까

2018.04.17 00:07 입력 2018.04.17 00:44 수정

참여연대 출신 김기식 원장 사퇴 충격…청 개혁의지는 여전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52)에 관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한 말이다. 김 원장에게 거는 ‘금융개혁’의 기대감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게 걸었던 ‘금융개혁의 꿈’은 16일 자진사퇴로 끝났다.

김 원장 임명은 파격에 가까웠다. 그가 참여연대 출신의 개혁적 성향 인사라는 점에서 금융권은 임명 자체를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보통 금감원장은 관료 출신이 가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대통령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관료에게만 맡겨서는 근본적인 금융개혁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원장을 임명할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참여연대에서 금융 문제를 오래 다뤘고, 국회의원 시절 금융위와 금감원을 직접 다루는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그 누구보다 빛나는 활약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원장 임명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다른 진보적 인사들과 호흡을 맞추며 금융권 전반에 강도높은 개혁을 추진할 ‘네 바퀴’로 해석됐다.

실제로 김 원장은 지난 2일 취임식에서부터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그는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에,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 간에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감독기구의 위상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며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역할이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동안 눈치보기에 급급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금감원이 앞으로 제 목소리를 내고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금감원 노조도 김 원장의 취임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시절 진보적 목소리를 내며 저격수라고 불려온 김 원장이 취임하자 금융권은 바짝 긴장했다. 금감원 주요 업무인 금융그룹 통합감독,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등을 비롯해 금융회사 금리나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에서도 소비자 친화를 앞세운 과감한 개혁이 예상됐다. 금감원이 가진 데이터도 언론에 공개해 다 같이 토론하도록 지시했다.

김 원장은 취임 직후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사건에 관해 금감원이 먼저 나서서 브리핑을 하라고 지시했다. 내부적으로는 금감원의 경영 전반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을 지휘했다. 이날 선거관리위원회 결정이 나오는 날임에도 저축은행 대표이사들과의 간담회에서는 고금리 대출 행태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해외 출장과 후원금 논란 와중에도 공식 일정을 수행했다.

그러나 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각종 ‘갑질’에 대한 쓴소리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김 원장은 지난 2일 취임한 뒤 불과 2주 만에 물러나면서 현재까지 금감원 사상 최단기 원장으로 남게 됐다.

전임 최흥식 원장에 이어 김 원장마저 사퇴함으로써 금감원의 수장 공백 사태는 더 길어지게 됐다. 하지만 ‘개혁파 김기식’의 중도사퇴에도 굴하지 않고 청와대는 향후 금융권 개혁을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