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일가 윤리 규제 ‘조현아·조현민 방지법’ 다시 만드나

2018.04.17 06:00

2014년 항공보안법만 강화 ‘반쪽’

“기업 후계자 통제 장치 마련해야”

재벌 일가 윤리 규제 ‘조현아·조현민 방지법’ 다시 만드나

최근 불거진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사건과 관련해 “재벌 총수 일가의 비윤리적 경영 행태를 고치기 위한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시민단체와 국회 등의 말을 종합하면, 조 전무를 포함해 그간 국내에서 발생한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 사건은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재벌 2~3세들이 고위직까지 쉽게 오르는 상황에서 기인했다. 고위 임원을 맡고 있는 총수 일가들은 사내에서 난동을 부려도 제재받지 않고, 형사사건을 일으켜도 쉽게 경영에 복귀할 수 있어 문제로 지적됐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이후 국회에서는 소위 ‘조현아 방지법’을 논의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언주 의원(현 바른미래당)은 이사 등으로 재직 중인 대기업 총수 일가가 기업의 업무와 관련해 금고 이상의 죄를 지었을 경우 직무정지나 면직을 시키고, 일정 기간 동안 경영에 복귀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같은 개정안이 제시된 것은 사내이사 등의 자격과 관련해 현행법이 규제하기 힘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법은 사내이사의 자격에 대해 별도로 규제하지 않으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는 취업제한 규정이 있으나 그 대상이 좁다. 또 주주총회의 결의로 문제가 있는 이사를 해임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사회 역시 총수 일가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땅콩 회항 사건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야당보다 파격적인 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발의된 ‘대기업집단 윤리경영 특별법안’은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을 임원으로 선임할 때 결격 사유를 규정하는가 하면, 임직원으로 채용 시 이사회나 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명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국회의 회기 만료로 모두 실현되지 못했다. “사익을 추구하는 회사의 임원 임명은 법률로 강제할 사항이 아니며, 각 기업이 정관이나 주주총회를 통해 알아서 결정할 영역”이라는 기존 관념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법안 개정에 성공한 것은 ‘땅콩 회항 방지법’으로 불린 항공보안법 강화뿐이었다.

일각에서는 조 전무의 갑질 논란까지 불거진 만큼 ‘조현아·조현민 방지법’ 논의를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높아 지고 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해외 기업들의 경우 총수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더라도 후계자 승계 프로그램을 잘 갖춘 상태에서 내부경쟁을 통해 리더십을 갖춘 이를 선발한다”며 “한국에는 이런 풍토가 없고 이사회 등을 통한 내부통제도 기대할 수 없어 별도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