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댓글’이라 쓰고…‘조작’이라 읽는다

2018.04.17 15:43 입력 2018.04.17 22:57 수정

커지는 포털 댓글 불신 “인터넷 여론, 누가 믿나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조작 맛집·상품 글 믿을 수 없어”

돈 받고 쓴 허위 광고 넘쳐…본인 아닌 가짜글도 수두룩 “댓글 실명제 도입” 의견도

<b>흑색선전 쓸어버려요</b> 6·13 지방선거 대전시 공정선거지원단 관계자들이 17일 서구 통계교육원 대강당 지원단 발대식에서 컬링 경기를 패러디하며 ‘비방, 흑색선전’이라는 글씨가 쓰인 대강당 바닥을 쓸고 있다. 연합뉴스

흑색선전 쓸어버려요 6·13 지방선거 대전시 공정선거지원단 관계자들이 17일 서구 통계교육원 대강당 지원단 발대식에서 컬링 경기를 패러디하며 ‘비방, 흑색선전’이라는 글씨가 쓰인 대강당 바닥을 쓸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네이버 댓글 믿는 사람 있나요? 다 조작이라고 생각해요.”

직장인 박동현씨(33)는 인터넷 포털 댓글에 대한 신뢰도를 묻자 “마이너스”라고 답하며 이렇게 말했다. 박씨도 처음부터 댓글 여론을 불신한 것은 아니다. 박씨는 “예전엔 베스트 댓글 같은 걸 보면서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면서 동조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이후 순진하게 인터넷 여론을 다 믿어선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번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도 전혀 놀랍지 않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조작할 수 있는 게 인터넷 여론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했다.

국정원의 대선 댓글 개입 사건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문재인 정부 비방 댓글에 추천수를 올렸다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인터넷 여론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정치적 사안뿐만 아니라 맛집이나 일반 상품에 대한 댓글도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직장인 이모씨(30)는 특히 세월호 참사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며 인터넷 여론을 믿지 않게 됐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극단적일 정도로 다음과 네이버 포털 댓글 성향이 다르고,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험한 댓글이 베스트 댓글이 되는 걸 보면서 정치적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정혁씨(42)는 식당을 운영한 뒤로 인터넷 댓글에 대한 신뢰도가 없어졌다고 했다. 최씨는 “식당을 연 지 5년째인데 주기적으로 온라인 제휴 마케팅 업체라는 곳에서 연락이 와 댓글 홍보를 해주겠다고 제안한다”고 했다. 최씨의 식당이 있는 지역 주민들이 가입한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 등에 식당 홍보글을 올리고 거기에 ‘가짜 후기’ 댓글을 달아 홍보해주겠다는 것이다. 최씨는 “손님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이라 생각해 거절했지만 많은 식당이 이런 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개 식당도 마음만 먹으면 댓글조작이 가능한데 정치권이나 힘 있는 곳은 더 심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포털에 허위 댓글, 광고를 올려 처벌받은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통·판매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허위 과대광고성 게시물을 올린 개인 블로그 운영자 52명을 무더기 고발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대포폰’을 이용해 네이버 계정을 대량으로 만들어 팔아치운 계정 판매업자 3명과 이들로부터 사들인 계정을 이용해 ‘네이버 지식인’에 성형수술·맛집 등 가짜 후기 글을 올린 성형외과 의사, 광고대행사 관계자 45명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댓글 실명제를 도입하거나 포털의 댓글 기능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학원생 김모씨(30)는 “아이피를 바꿔 댓글 공작하는 방법은 간단한 검색만 해도 다 나온다”며 “아이피와 실명을 인증하고 댓글을 쓰도록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김나영씨(23)는 “댓글의 순기능보단 부작용이 더 심각해 보인다”면서 “아예 댓글 기능을 없애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댓글을 찾아보는 건 일종의 집단 지성이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라며 “하지만 조작 사건이 잇따르면서 집단 지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고, 더 이상 댓글을 신뢰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포털 업계는 댓글 조작을 막는 근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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