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대학 성폭력 신고 의무화…“신고 안 하는 기관장 등 제재”

2018.04.17 16:00 입력 2018.04.17 16:01 수정

전국고용평등상담실 네트워크 소속 여성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예방 및 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전국고용평등상담실 네트워크 소속 여성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예방 및 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대학이나 공공기관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인지하고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으면 총장이나 공공기관장, 관련 업무를 맡은 종사자를 제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이주여성이 사용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면 곧바로 사업장을 바꿀 수 있도록 ‘긴급 사업장 변경제도’도 도입된다.

여성가족부 등 12개 정부부처로 구성된 범정부성희롱·성폭력근절추진협의회(범정부협의회)는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이 포함된 정부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앞으로 공공기관이나 대학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공공기관, 대학의 최고 책임자와 종사자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제재한다. 성폭력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나 고등교육법에 관련 조항을 넣어 개정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성폭력 신고의무는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는 이미 부여돼 있다.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에 따라 유치원이나 학교, 어린이집 등에서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가 일어나면 기관은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해당 기관이나 시설, 단체장이나 종사자가 성폭력을 인지하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린다. 이를 공공기관이나 대학에도 확대 적용하되, 피해자가 성인인만큼 신고할 때는 피해자 본인 의사를 고려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성폭력 범죄로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은 공무원은 자동 퇴출되록 하는 방침을 지방직 공무원과 특정직 공무원에까지 적용하도록 지방공무원법 등 관련 법률도 개정하기로 했다. 또 징계 심의 과정에서 ‘제 식구 감싸기’를 못하게 공무원 징계위원회에 민간위원을 늘리도록 공무원 징계령도 바꾼다. 교육공무원 징계령을 바꿔 교육청의 교원 징계위원 가운데 외부 위촉위원을 늘리고,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대학 징계위원회에 여성이 특정 비율을 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주 여성을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조치도 강화된다. ‘긴급 사업장 변경 제도’를 도입해, 사용자에게 성폭행을 당해 사업장 변경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필요성이 인정되면 곧바로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이주 노동자는 사용자 동의 없이 마음대로 사업장을 바꿀 수 없도록 돼 있어 성폭력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이날 정부가 발표한 사업장 변경 허용 요건에는 성폭행에만 들어가고, 그보다 수위가 낮은 성추행이나 성희롱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말을 못 하는 사람을 위해 외국어판 신고시스템도 다음달부터 문을 연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있는 ‘직장 내 성희롱 익명 신고시스템’이 번역판으로도 운영된다.

범정부협의회 위원장인 정현백 여가부장관은 “피해자가 주저하지 않고 성폭력 피해를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 전반의 성차별적이고 비민주적인 구조가 개선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정책을 점검 및 보완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정부 보호와 지원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현장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문을 연 각 부처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센터에는 현재까지 900여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여가부와 노동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가 각각 신고를 받고 있다. 범정부협의회는 “각 부처 신고시스템이 모두 연결돼 있어 여러 곳에 신고할 필요 없이 최초 한 곳에만 신고하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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