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만에 무대 돌아온 최불암, "내가 정말 부르짖고 싶은 삶의 의미 담겨있으니까"

2018.04.17 20:10

배우 최불암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 프레스 리허설에서 열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최불암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 프레스 리허설에서 열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누구요, 누가 날 불렀소.”

깜깜한 무대 한 켠에서 허름한 행색의 노인이 일어나 소리친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우주에서 왔다는 그. 언뜻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인물은 서민적인 말투에 삶을 관조하는 눈빛을 지닌 노배우의 연기를 통해 2017년 서울로 자연스레 스며든다. 최불암씨(79)가 연극 배우로 돌아온 순간이다.

25년만의 무대다. 1993년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각색한 <어느 아버지의 죽음> 무대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다. 복귀작은 오는 18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하는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5월6일까지)다. 17일 전막 시연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 서 그는 “고향을 찾아온 듯하다. 25년만에 다시 출발지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최불암이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에서 우주에서 왔다는 노인을 연기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배우 최불암이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에서 우주에서 왔다는 노인을 연기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작품은 자신이 외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노인이 각자 상처와 짐을 짊어지고 사는 군상들과 조우하는 이야기다. 등장하는 장면이 많지는 않지만, 노인의 역할은 극의 주제 그 자체다. ‘대체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가슴을 치는 여인에게 “별은 거기에도 있어”라고 다독이고, 인형탈을 쓰고 눈물짓는 사내를 보듬는다. “수천만의 별이 이미 지상에 내려와 있는데 왜들 못 보고 있느냐”는 노인의 독백은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모두가 별과 같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며칠 전 신문을 보니까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 최고로 자살률이 높대요. 그 기사를 보면서 이 연극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시름을 가진 젊은 사람들에게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할 수 있는 작품,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작품을 하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 무대에 선 배우 최불암(왼쪽)과 박혜영. 연합뉴스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 무대에 선 배우 최불암(왼쪽)과 박혜영. 연합뉴스

오랜만의 연극 작업이 녹록하진 않았다. 암전 속에 등장하고 퇴장하는 데서 헛발질할까 걱정하고, 대사를 까먹을까 불안하기도 했다고 한다.

“떨리진 않는데 불안했어요. 타이밍을 잘 맞출 수 있을까, 후배들과 잘 호흡할 수 있을까. 공연기간동안 건강은 유지되려나. 밤에 제대로 잠을 못자고 어제 ‘한국인의 밥상’ 녹화하러 이동하는 데도 중얼중얼 대사를 외우고요.”

그럼에도 무대 선 데는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관점과 닿아있기 때문이다. “제 나이는 연극할 시간을 잃었어요. 아까도 계단 올라오는 데도 (암전에서 잘 안보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 작품에 내가 정말 부르짖고 싶은 삶의 의미가 담겨있으니까요. 대신 다리 ‘몽댕이’가 부러진들 어쩌랴 하는 각오로 섰습니다.”

그는 “물질적 성공을 향한 개인주의로 세상이 흐르면서 함께 삶을 공유하는 데 대한 철학들은 분명치 않은 것 같다”며 “돈이 없더라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 무엇을 믿고 어떻게 방향을 잡고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한 그는 내년이면 연기인생 60주년을 맞는다. 그는 ‘그 긴 세월동안 자신을 붙들어준 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광대’라는 단어를 내놓았다.

“넓을 ‘광(廣)’ 자에 클 ‘대(大)’자를 써서 광대이지요. 말하자면 (극장은) 지금의 미디어 같은 거에요. 세상의 문제점들을 전부 꺼내 놓고 판단하도록 만들고, 그런 인식을 교환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명감이 크고, 배우의 책임이라는 게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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