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참에 정치권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 전면 손질해야

2018.04.17 21:18 입력 2018.04.17 21:19 수정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후원금 사용 및 피감기관 지원을 받는 해외 출장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제 국회는 관련된 관행과 제도를 전면 손질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우선 국회의원이 피감기관 지원으로 해외 출장을 가는 행위를 제한하는 조치가 불가피하다. 여당은 의원들의 해외 출장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자고 제안하고 정세균 국회의장도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 청와대가 수천개의 국회 피감기관 중 1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20대 의원이 해외 출장을 간 사례가 159건이나 나온 바 있다. 엄정히 조사해 출장의 적격성 여부를 따지고 위법이 있으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확인된 법률상의 미비도 바로잡아야 한다. 현행 법률은 정치인과 정치자금 제공자 간 유착을 막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어 정치자금 모금에 대한 감시는 강화해 놓았다. 하지만 사용 방법에 관해서는 자세한 규정이 없다. 불법적인 사용을 막기 위해서는 후원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적시해야 할 것이다. 선관위는 이번 사건에서 남은 정치 후원금으로 ‘종전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는 금액’을 기부하는 것을 법 위반이라고 해석하면서도 기준이 되는 금액은 제시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직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 측은 선관위 판단을 비판하며 법 개정 추진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원장의 불법 후원 문제에 선관위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점도 드러났다. 선관위는 해마다 의원 후원회의 회계내역을 확인하는 절차에 따라 김 전 원장의 불법적 후원금 처리를 보고받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선관위가 제 역할을 다했다면 김 전 원장의 후원금 논란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도 달라진 환경에 따라 인사 검증 기준을 새로 보완·조정해야 한다. 야당은 김 전 원장의 임기 말 후원금 기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취지대로라면 여야 가릴 것 없이 임기 말 정치 후원금 사용에 부적절한 부분이 없는지 전면 조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김기식사태는 김 전 원장 본인은 물론 선관위, 여야, 국회, 청와대 등이 모두 크고 작은 과오와 실수를 저지른 데다 제도적 허점까지 결부돼 일어났다.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방치한 모두에게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각자 자성하면서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데 협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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