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되어 곁에 남은 아이들

2018.04.17 21:29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안산 분향소에는 ‘곁’이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해 봄의 아픔을 눈물로만 보내지 않은 사람들, 유가족의 곁에 서고, 진실의 곁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회였다. 전시회장 입구에 줄을 선 아이가 제 부모에게 곁이 뭐냐고 물었다. 아빠가 머뭇거리는 사이 두어 살 많아 보이는 오빠가 얼른 대답했다.

“네 옆에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고, 오빠도 있잖아. 그게 곁이야.”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다]별이 되어 곁에 남은 아이들

아이 입에서 흘러나온 ‘곁’은 무심코 옆에 있음이 아니다. 곁은 우주가 맺어준 필연이며, 멀어진다 해도 멀어지지 않아 기필코 옆에 있음이다.

그의 곁에도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동생 별이가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인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졸라대서 그러라고 했어요. 단, 돈을 주고 사는 건 안 된다고 했지요. 생명체를 거래하는 건 안 된다고요.”

그의 엄마는 그리 말하면 굼뜬 딸이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포기할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웬걸 곧바로 유기견 보호소를 알아보더니 집에서 버스를 타고 두 시간이나 가야 하는 보호소에 가서 강아지를 데려왔다. 그 강아지 이름이 별이다. 그의 블로그에 적힌 이름은 ‘별이 언니’다. 별이 언니는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의 팬이었다. 그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블로그에 팬픽을 연재했다. 일주일에 두세 편을 일 년 동안 꼬박꼬박 올렸다. 학교에서 연극반 활동을 한 그의 소설은 희곡처럼 대사가 많았다.

“연극반 활동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공연을 앞두고는 밤새워 학교에서 연습을 했지요. 뭐든 마음만 먹으면 잘하는구나 싶었는데, 블로그에 그리 오랫동안 글을 쓴 줄은 몰랐어요.”

2014년 5월30일, 그의 블로그에는 마지막 글이 올라와 있었다. 그의 엄마가 올린 글이었다.

‘다인이가 세월호를 타고 영원한 수학여행을 떠났습니다. 우리 다인이 영원히 기억해주세요.’

그가 걸었던 길은 그해 봄처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봄이 오고 벚꽃이 피는 한 잊지 못할 것이다. 그가 우리 곁에 있었다. 그들이 우리 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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