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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의원직 상실 규정은 위헌

정연주 | 성신여대 법대 교수
입력 : 2018.04.17 21:30:00 수정 : 2018.04.17 21:30:19

비례대표 의원직 상실 규정은 위헌

최근 바른미래당 소속 비례대표 국회의원 3명이 소속 정당에 “민주평화당에 가겠다는 비례대표들을 볼모에서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 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의 취지는 비례대표 의원은 지역구 의원과는 달리 선거인에 의해 직접 선출된 것이 아니고 정당에 의해서 작성된 후보자명부를 매개해서 선출되기 때문에 비례대표 의원이 당적을 임의로 변경하는 경우 정당이라고 하는 당선기반이 상실된 것으로 간주하여 의원직을 상실케 하고, 이를 통해 효율적인 정당기속과 건전한 정치풍토 및 정당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규정은 위헌이다.

첫째, 이 규정은 헌법상 자유위임의 원칙에 반한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국민의 대표자를 통한 대의제도에 의해 실현되는데, 이는 주권자인 국민이 국가권력을 대표자에게 자유위임한 것을 기초로 한다. 이러한 자유위임의 원칙은 대표자인 의원 개개인이 자신을 선출해준 선거인이나 정당의 이익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양심에 따라 국가와 국민 전체의 이익을 대표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자유위임의 원칙은 의원의 선출 과정과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선출 후의 대의활동과 관련되는 것이고, 이는 지역구 의원이건 비례대표 의원이건 관계없이 양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원칙이다. 이러한 국회의원의 자유위임에 관한 헌법상 근거로는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한 제46조 제2항 등 다수가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민주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해서 국가이익 실현을 위한 독자적인 정책결정을 하는 하나의 독립한 헌법기관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지역구 의원이건 비례대표 의원이건 자유위임의 원칙에 따라 일단 선출된 후에는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나 자신을 공천한 정당에 기속됨이 없이 국민 전체를 대표하여 국가이익을 위하여 독자적인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적 변경 시 의원직을 상실시키는 규정은 이러한 헌법상 자유위임의 원칙에 위반된다.

둘째, 이 규정은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 즉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이다. 비례대표 의원은 정당명부를 통해 당선되었으므로 그 선출의 기초가 된 정당을 이탈할 경우 그 정당기속으로부터 벗어난 결과 의원직을 상실해야 한다면, 지역구 의원도 자신을 공천한 정당을 이탈할 경우 그 정당기속으로부터 벗어난 것으로 의원직을 박탈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

결국 국민의 신의를 저버린 의원들에 대한 통제와 심판은 선거 등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근본적으로 이 문제는 선진국에서와 같은 건전한 정치윤리와 풍토가 조성됨으로써, 즉 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랜 시간의 노력 끝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건전한 정치질서 확립과 의원 자질의 향상을 통해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처럼 정당투표제가 실시되고 있는 독일 등 법치선진국의 경우에는 우리의 선거법 제192조 제4항에 해당되는 의원직 상실 규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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