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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꿈의 화가’ 마그리트 작품 어린이 눈높이 맞춰 그림책으로 재해석

2018.04.17 21:48 입력 2018.04.17 21:49 수정

한국 온 벨기에 작가 베르플랑케

“아이들은 가장 정확한 비평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전시회

벨기에 그림책 작가 클라스 베르플랑케가 지난 12일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열린 ‘아티스트 인 북스’ 전시장 내에서 자신의 그림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 제공

벨기에 그림책 작가 클라스 베르플랑케가 지난 12일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열린 ‘아티스트 인 북스’ 전시장 내에서 자신의 그림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 제공

<꿈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원제 Magritte’s Apple)는 2016년 뉴욕 현대미술관 출판부에서 출간한 어린이 그림책이다.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작품 세계와 삶을 어린이의 시선에 맞춰 재해석했다. 국내에도 출판사 주니어RHK를 통해 소개됐다. 작가는 2001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수상하고,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에 오른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클라스 베르플랑케(54)이다.

“그림책은 아이들이 아티스트를 이해하고 새롭게 접근하는 시각을 갖게 해줄 강력한 무기죠.”

현대백화점 판교점 안에 있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마련한 전시 ‘아티스트 인 북스’ 오프닝 참석차 한국에 온 베르플랑케를 지난 12일 전시장에서 만났다. 전시장에는 베르플랑케가 마그리트의 작품 소재인 사과와 우산 등을 어떻게 그림책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이야기로 엮어냈는가를 보여주는 창작노트와 원화 스케치가 전시돼 있다. 그는 “마그리트는 ‘꿈의 화가’로 불리는데 꿈은 잠을 잘 때뿐만 아니라 낮에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자신의 그림책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보였다. 마그리트가 캔버스를 문처럼 열고 나오는 장면이다. 베르플랑케는 “그림책을 여는 행동 자체도 새로운 세계를 향한 문을 여는 것과 같다”면서 “익숙한 것을 다르게 보는 것이 꿈을 꾸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그리트와 같은 벨기에 출신인 베르플랑케는 “일상적인 것들을 낯설게 보면서 은유하는 마그리트의 조형 언어나 작업 스타일이 나와 비슷하다”면서 “마그리트의 그림을 직접 봤을 때, 사과 그림 표면에 붓질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을 포착했고 <꿈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전부 색연필로 작업해 붓질의 표면감을 재현했다”고 했다.

베르플랑케는 “마그리트는 초현실주의자로 분류되지만 그 자신은 그렇게 불리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면서 “마그리트는 순수 화가보다는 삽화가와 비슷한 방식으로 현실 세계를 보여주려 했고, 콜라주와 같은 방식을 차용한 것이 일례”라고 했다. 광고회사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던 베르플랑케가 마그리트를 ‘삽화가’에 비유한 것은 “마그리트의 그림을 보면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130여종의 작품을 선보인 베르플랑케가 생각하는 ‘어린이에게 좋은 그림책’이란 어떤 책일까. 베르플랑케는 “아이들은 각자가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똑같다며 집단화하는 사고는 지양해야 한다”면서 “어른들이 ‘이 책은 어려운 책이야’라고 말하는 태도는 실수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은 그림책을 읽고 돌려 말하지 않고 ‘재미없다’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가장 정확한 비평가”라면서 “부모들이 두려워하지 말고 여러 책을 아이들에게 열어주어도 좋다”고 말했다.

‘아티스트 인 북스’ 전시에선 마그리트를 비롯해 파블로 피카소, 빈센트 반 고흐, 잭슨 폴록, 박수근 등 유명한 화가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소재로 한 그림책 작가 9명의 원화와 스케치 등을 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6월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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