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는 ‘미국 국적’ 조현민의 등기이사 재직을 정말 몰랐나

2018.04.18 21:35 입력 2018.04.19 10:08 수정

항공업계 “6년간 진에어 이사 명부 안 봤다는 말 이해 안돼”

면허 변경 결격사유 심사 부실도 드러나

국토교통부 항공 부문 책임자들이 미국 국적인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35·대한항공 전무)의 불법 등기이사 재직을 6년이나 방치하고서도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13년 진에어가 항공 면허를 변경하면서 국토부가 외국인의 등기이사 선임 여부 등 결격사유를 심사했어야 했는데 이를 빠뜨린 사실도 드러나 국토부는 감사에 착수했다.

18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2016년 3월29일 항공사업법이 개정되면서 기존에 면허를 취득한 항공사업자들도 변동된 등기이사·자본금 등을 국토부에 보고하도록 변경됐다. 조 부사장은 법 개정 하루 전인 3월28일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당시 그가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이유에 대해선 여러 관측만 무성했고 진에어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국토부는 법 개정 전 조 부사장의 등기이사 재직 사실을 전혀 몰랐고 진에어와의 논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진에어 측은 “임기가 딱 3년 되는 날이라 사임한 것일 뿐”이라며 “조 부사장의 퇴임 전까지 국토부와 전혀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의 등기이사 사임과 맞물려 항공사업법 개정이 추진되는 과정도 불투명했다. 법 개정을 추진한 이유를 두고 국토부 관계자들 사이에 설명이 엇갈리고, 법 개정 과정에서 기존 항공사업자들의 등기이사 명부를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국토부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명주 국토부 항공산업과장은 “외국 자본이 국적항공사를 소유하려 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관련 법이 개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현종 국토부 항공정책관은 “당시 신규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서울이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관련 법의 미비점이 발견돼 보완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 항공정책관은 법 개정 과정에서 진에어의 등기이사 명단을 살펴보지 않은 점에 대해선 “그 부분은 미흡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14년 7월~2016년 1월 사이 항공정책관이었던 이문기 국토부 대변인은 “당시 LCC 일부 항공사의 자본잠식이 문제가 돼 매해 자본금이나 등기임원 변경 상황을 제출하도록 법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강석호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2015년 6월 발의한 ‘항공(사업)법 일부개정안’에는 ‘항공운송사업 면허의 사후관리 강화를 위해 면허기준을 지속하여 준수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자료제출 및 고지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 부사장이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한 2010년 3월부터 6년 동안 조 부사장이 미국인이고, 진에어 등기이사로 선임된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수차례 알려졌음에도 이를 국토부 관계자들이 몰랐다는 점도 의문이다.

2016년 2월 항공정책관으로 취임한 권용복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대답했느냐”고 반문한 뒤 “(조 부사장의 등기이사 재직 사실을) 알았다면 면허 취소 등 조치를 했지 않았겠느냐”고 답했다. 이 기간 동안 항공산업과장으로 재직했으면서 한국에 있는 인사들은 모두 “기억이 안 난다”거나 “다른 업무가 많았기 때문에 조 부사장의 등기이사 재직 사실은 알 수 없었다”고 답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가장 큰 국적항공사의 총수 일가와 관련된 소식을 국토부 항공 부서가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진에어가 2013년 화물운송사업을 하기 위해 항공운송사업면허 변경 요청을 한 뒤 같은 해 10월 국토부가 인가를 내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항공사업법 시행규칙상 사업면허 변경 시에도 면허 결격사유 심사가 필요한데, 국토부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그대로 면허를 내줬다.

한편 국토부는 이날 오후 6시쯤 조 부사장의 진에어 등기이사 재직 논란과 관련해 즉시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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