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기·채소 푹 끓여 파프리카 듬뿍…육개장과 비슷해도 맛은 달라요”

2018.04.18 21:52 입력 2018.04.23 13:44 수정
정유미 기자·사진 박민규 디지털영상팀장

처버 가보르 헝가리 대사의 부인이 직접 요리한 전통 수프 ‘굴라시’

유럽 중동부에 위치한 헝가리는 국토 면적이 남한만 하고 언어도 우랄 알타이어족으로 우리와 여러모로 닮아 있다. 처버 주한 헝가리 대사 부부가 서울 한남동 헝가리 대사관저에서 전통 음식 굴라시를 소개하고 있다.

유럽 중동부에 위치한 헝가리는 국토 면적이 남한만 하고 언어도 우랄 알타이어족으로 우리와 여러모로 닮아 있다. 처버 주한 헝가리 대사 부부가 서울 한남동 헝가리 대사관저에서 전통 음식 굴라시를 소개하고 있다.
헝가리는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다. 국토 면적이 남한만 하고 언어도 한국과 같은 우랄 알타이어족에 속한다. 하여 성이 먼저고 이름이 뒤에 붙는다. 외세 영향에도 민족정체성과 고유문화를 잃지 않은 역사도 그렇다. 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부다페스트에는 다뉴브강이 흐른다. 매콤한 음식을 좋아하고 정이 많다. 부다페스트에는 미슐랭 스타를 받은 곳이 4군데나 된다.

처버 가보르 주한 헝가리 대사(50)가 소개한 음식은 헝가리 전통 음식인 굴라시, 오리구이, 디저트 제르보 등 4가지다. 대사를 만난 곳은 서울 한남동에 있는 주한 헝가리 대사관저다.

“세계에 널리 알려진 굴라시(Goulash)는 헝가리를 대표하는 음식이지요. 유목민들이 장작불에 솥을 걸고 걸쭉하게 요리하는 매콤한 스프입니다.” 처버 대사는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동아시아까지 굴라시를 맛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손님맞이 헝가리의 전통주인 도수 40도가 넘는 팔린카와 우니쿰 등을 소개하고 있는 처버 가보르 주한 헝가리 대사 부부.

손님맞이 헝가리의 전통주인 도수 40도가 넘는 팔린카와 우니쿰 등을 소개하고 있는 처버 가보르 주한 헝가리 대사 부부.

고대 유목민에게서 내려온 굴라시는 헝가리어로는 구야시(gulyas)다. 초원에서 소를 모는 목동을 헝가리어로 ‘구야시’라고 하는데 목동들이 먹던 음식을 외국인들이 굴라시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대사의 부인 처버 에디트(46)가 하루 전날 직접 만들었다는 굴라시를 1인용 냄비에 정성스럽게 내왔다. 굴라시는 커다란 솥에 고기와 양파, 당근 등을 넣고 4~5시간 푹 끓여 만든다. 굴라시에 넣는 고기는 대개 소고기다. 양고기를 넣지는 않는다고 한다. 전통적으로는 하루 동안 숙성을 시켜 내놓는다. 음식은 그때그때 해먹어야 제맛이 나지 않을까? 처버 부인은 “갖은 재료들이 서로 어우러지려면 하루를 푹 재워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헝가리 전통 음식의 비법은 파프리카에 있습니다. 풍부한 맛과 향, 색을 내는 것이 바로 파프리카입니다. 헝가리 음식은 맵고 무거운 편입니다. 혹시 더 맵게 먹고 싶다면 파프리카를 추가로 넣으세요.”

헝가리는 파프리카가 유명하다. 파프리카 하면 빨강·초록·노랑의 3가지 색을 가진 달콤한 야채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헝가리 파프리카는 훨씬 다양하다. 헝가리어로 ‘파프리카’는 붉은 고추를 뜻한다. 매운 것부터 단 것까지 모양과 크기가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헝가리인은 모든 요리에 적절한 파프리카를 골라 알맞게 넣는다고 했다. 매콤한 파프리카 가루를 한 숟가락 푹 떠서 굴라시에 넣었다. “한국인들은 역시 헝가리인보다 맵게 먹는다”면서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낙지를 먹었는데 너무 매워 깜짝 놀랐다”며 대사 부부가 웃었다.

[정유미 기자의 대사와의 만찬](3)“고기·채소 푹 끓여 파프리카 듬뿍…육개장과 비슷해도 맛은 달라요”

처버 대사가 “굴라시가 육개장과 비슷하다고 하는데 맛이 어떠냐”고 물었다. 천천히 음미해보니 야채스프 같았다. 한국의 육개장이 더 맵고 짭조름하다고 했다. “유럽이나 세계 각국 음식점에서 내놓는 굴라시는 큼지막하게 썰어내는 메인 요리 스튜(찜)에 가깝습니다. 헝가리의 굴라시는 국물이 많고 건더기는 잘게 썬 스프입니다.” 대사는 “겉보기에는 한국의 육개장과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맛이 다르다”면서 “미국 뉴욕이나 유럽 등 메뉴판마다 굴라시라고 적혀 있지만 헝가리 전통의 맛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 김치가 있다면 헝가리에는 오이, 고추, 멜론, 토마토, 양배추 등을 이용한 피클이 많다. 헝가리인들의 주식은 빵이다. “헝가리에서는 커다란 빵을 많이 팔아요. 1~3㎏짜리를 사면 몇 주 동안 집에 보관할 수 있지요.”

헝가리산 푸아그라

헝가리산 푸아그라

처버 대사는 취재팀을 위해 특별히 푸아그라를 에피타이저로 내놨다. 수세기 동안 거위간을 즐기는 헝가리는 세계 2위 규모의 푸아그라 생산국이자 최대의 수출국이다. 꽃잎이 얹어진 푸아그라를 잘게 잘라 입안에 쏙 넣었다. 고소했다. 200년 전통의 왕족과 귀족이 쓰던 헤렌드 도자기에 내주는 음식은 정갈했다.

처버 대사가 헝가리산 화이트 와인을 예쁜 잔에 따라주었다. 헝가리 고유 포도 품종인 이르샤이 올리베르로 만든 와인이란다. 화이트 와인 특유의 상큼한 맛에 향도 좋다. 손님을 접대할 때 좋은 전통주를 식전에 내놓는 게 헝가리의 전통이자 문화다. 식탁에 앉기 전 출입구에서 ‘간단하게’ 마신 술의 도수는 40도가 넘었다. 5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팔린카(Palinka)’는 헝가리 대평원에서 재배되는 다양한 과일로 증류한 브랜디다. 도수가 높아서인지 목넘김이 짜릿했다. ‘우니쿰(Unicum)’은 오스트리아의 카이저 요제프 2세에게 선물할 당시 “이거 독특하군(Das ist ein Unikum!)”이라고 말한 데서 유래한 술이다. 40종 이상의 약초를 넣고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술이면서 좋은 약 같은 향이 배어 있다. ‘토카이 어수’는 “와인의 왕, 왕의 와인”이라고 불리는 달콤한 디저트 와인이다.

“헝가리 사람들은 특별한 날 손님이 오면 문 앞에서 알코올 도수가 40도가 넘는 지역 전통 브랜디인 ‘팔린카’와 전통 빵 ‘포가차’를 대접하지요.”

오리 가슴살 구이

오리 가슴살 구이

메인 요리로 오리 가슴살 구이와 감자, 절인 적배추가 나왔다. 오리구이는 기름지지 않고 담백했다. 김치처럼 먹는 적양배추는 새콤하지 않았다. 감자는 서울 광장시장의 빈대떡 같았는데 잘게 썰어 얇게 구워낸 때문인지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주로 돼지고기를 많이 먹지요. 망갈리차(Mangalica)라고 들어보셨는지요. 헝가리 고유 품종 돼지인데 양처럼 두껍고 털이 풍성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돼지이지만 진짜 못생겼어요.” 제주산 흑돼지 오겹살이 생각나 처버 대사에게 “헝가리와 한국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고 하자 “맞다”고 답했다.

한국과 같은 우랄 알타이어족인 헝가리는 성과 이름뿐 아니라 연대를 쓸 때도 연·월·일 순으로 한다. 처버 대사에게 “아빠를 헝가리어로 어떻게 말하냐”고 묻자 “아빠”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어떻게 발음할까. “아부지”라고 했다.

제르보 아이스크림

제르보 아이스크림

디저트로 나온 160년 전통의 제르보는 아이스크림에 과자가루를 으깨 넣은 건강한 디저트였다. 부다페스트에 같은 이름의 가게가 있는데 유럽에서는 꽤 유명한 곳이다. 커피는 아메리칸 스타일이라고 했지만 에스프레소 같았다. 처버 대사는 한국 음식 중에 “바비큐와 치맥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치킨 중에서는 “달콤한 간장치킨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오는 7월 헝가리로 돌아가는데 치맥을 늦게 발견해 안타깝다”는 대사 부부에게 “기회가 된다면 치맥을 쏘고 싶다”고 했다. 치맥 약속 날짜를 꼭 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호르토바지 국립공원의 풍광 즐기고, 헤비즈 온천에 몸 담가볼까

■ 헝가리는

유럽 중동부에 위치한 내륙 국가다.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등 7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한국과 면적은 비슷하지만 인구는 5분의 1 정도인 약 1000만명 수준이다. 다뉴브강의 진주로 불리는 수도 부다페스트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대부분 넓은 평원이고 서남부에 중부 유럽 최대 호수인 발라톤(Balaton)호가 있다. 895년 유목민이던 마자르족이 정착하면서 국가가 성립되었는데 끊임없이 외세에 시달렸지만 민족의 정체성과 고유한 문화를 잃지 않았다. 헝가리 출신 노벨상 수상자는 무려 13명으로 인구 대비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루빅스 큐브, 비타민C, 성냥, 볼펜, 현미경 등을 발명한 기초과학이 튼튼한 나라다.

■ 한국 내 헝가리 식당

헝가리 전통 음식점이 없다. 대신 헝가리 디저트를 파는 곳은 있다. 대사관이 추천한 곳은 3곳이다. ‘제르보’(02-3213-2221) 카페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2층에 있다. 160년 역사를 가진 부다페스트 제르보 카페의 한국 분점이다. 제르보 시그니처 케이크와 함께 다양한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에스테르하지 토르타 케이크·제르보 셀렉트 1만6000원.

‘헤르만 쿠키’(010-2207-0907)는 서울 광진구 자양로 26길에 있다. 헝가리인 파티셰가 직접 만드는 수제쿠키 전문점이다. 다양한 맛의 마카롱도 인기다. 마카롱 2000원, 수제쿠키 1500~6000원.

‘침니펍’(010-4992-2041)은 서울 종로구 효자로 7-1에 있는 헝가리 전통 굴뚝빵(Chimney cake)을 파는 곳이다. 시나몬, 아몬드, 누텔라 맛 등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빵이 많다. 굴뚝빵 5000원.

■ 명소

[정유미 기자의 대사와의 만찬](3)“고기·채소 푹 끓여 파프리카 듬뿍…육개장과 비슷해도 맛은 달라요”


헝가리의 대표적인 명소는 푸스타 대초원의 호르토바지(Hortobagy) 국립공원이다. 코뿔소 등 수많은 동식물을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 목동들이 ‘굴라시’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티서(Tisza)강을 따라 사냥, 낚시, 하이킹, 승마, 자전거, 수영 등 다양한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다. 발라톤은 중부 유럽 최대의 호수다. 아름다운 풍경의 골프 코스가 있고 다양한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온천도 유명하다. 전국적으로 온천시설이 약 1000개 있는데 부다페스트에만 100여개가 모여 있다. 헤비즈(Heviz)온천, 세체니(Szechenyi)온천, 겔레르트(Gellert)온천 등 전 세계적으로 이름난 곳이 많다. 와인 산지도 22개나 된다.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토카이(Tokaj) 지역이 유명하다.

우아한 헤렌드 도자기.

우아한 헤렌드 도자기.

헝가리 중서부 헤렌드시에 있는 헤렌드(Herend) 도자기가 유명하다. 1826년 생긴 공장에서 핸드페인트 도자기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19세기 중반 합스부르크 왕가와 유럽의 귀족들에게 납품한 회사다. 당시 패턴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헝가리 대표 도자기 브랜드이기도 하다.

■ 헝가리에 가려면

한국에서 헝가리까지 가는 직항편은 없다. 오스트리아 빈,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체코 프라하 등을 경유하는 것이 빠르다. 인천공항에서 10~11시간 정도 간 뒤 헝가리까지 2시간가량 더 비행기를 타야 한다. 화폐는 포린트(Forint)이며 유로화와 달러 사용이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헝가리 화폐를 구하기 어려운 만큼 달러나 유로화를 현지에서 포린트로 환전해야 한다. 시차는 4~10월에는 한국보다 7시간 느리다. 연평균 기온은 10.5도이며 겨울은 춥고 여름은 무더운 편이다. 한국과 비자면제 협정이 체결돼 있어 90일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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