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정의를 부탁해 | 권석천

2018.04.18 22:34 입력 2018.04.18 22:43 수정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

공직자에 한 번의 식사란

[윤준병의 내 인생의 책] ④ 정의를 부탁해 | 권석천

35년 공직생활을 하며 가슴에 항상 새기고 다니는 단어는 ‘청렴’이다. 공직자들에게 가장 강조되고 주변에서 끊임없이 요구되는 덕목이기도 하다. 행정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고건 전 서울시장도 다산 정약용 선생의 ‘지자이렴(知者利廉)’의 정신을 항상 강조하곤 했다. 이는 ‘청렴함을 이롭게 여긴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동안 공직자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파멸을 겪는 과정을 수없이 목도했다. 그만큼 청렴은 누구나 강조하지만 모두가 쉽게 지켜내기는 어려운 가치다.

은평구 부구청장 시절, <정의를 부탁해>란 책을 우연히 알게 됐다. 기자의 진정성이 담긴 책이었다. 특히 ‘한 번의 식사 자리가 악마의 덫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이 가장 와닿았다. 공직자들은 청렴이 공직자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방패막이라는 것을 평소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왜 악마의 덫에 빠지게 되는가. 권석천 기자가 오랜 기간 법조기자로 일하면서 접해온 수많은 사례를 통해 통찰해낸 글이다.

한 번의 식사로부터 시작된 공직자 비리 연루 메커니즘이 정리돼 있다. 지인의 소개로 마련되는 ‘한 번의 식사’→ 술자리나 골프 등의 ‘교제’→ 부담 갖지 말고 쓰라는 ‘봉투’→ 당연한 일부터 시작되어 점점 덩치가 커지는 ‘청탁’→ 검찰의 소환 통보와 삶 전체가 불명예 속으로 가라앉는 ‘만남의 끝’이 그것이다.

이해당사자와의 ‘한 번의 식사’야말로 공직자라면 누구나 설 수 있는 ‘일상 속 정의의 시험대’이자 ‘청렴의 경계선’인 것이다. 후배 공직자들이 한 끼 식사로 시작되는 이 같은 악마의 덫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또한, 공직자들이 시험에 들지 않도록 사회적 노력도 함께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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