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이 움직이고, 바람이 불고, 눈도 내린다. 일명 4D 영화다. 2009년 CJ가 자체 개발·보급하기 시작한 ‘4DX’ 상영관은 세계 500곳에 달한다. 국내엔 32곳뿐이지만 중국(182곳)·일본(55곳)·멕시코(31곳)·영국(16곳)·프랑스(15곳)·미국(10곳) 등 해외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일명 ‘오감체험영화’를 만드는 4DX프로듀서들을 지난 10일 만났다.

서울 종로구 CJ 4DPLEX 건물 지하 작업실의 보안은 철저했다. 두꺼운 철문에는 보안 유지를 강조하는 해외 유명 스튜디오의 경고 문구가 붙어 있다. 철문을 열자 복도를 가운데 두고 작업실과 상영관이 나타났다. 약 25㎡ 크기의 작업실 벽은 3면이 스크린이었다. 절반의 공간에는 4DX의 각종 효과를 구현할 기계들이 어지러이 놓여 있다. 나머지 작업실 절반은 4DX 좌석과 편집(에디팅) 작업을 하는 컴퓨터가 차지했다.

김다설(29) 아이-스튜디오(i-studio) 4DX프로듀서는 영화가 상영되는 스크린과 모니터 2대를 보며 키보드와 마우스로 각종 효과를 입력했다. 영화와 잘 어우러지게 재생시간(타임코드)에 효과를 넣는 것이 관건이었다. 구재원(35) i-studio 아트 디렉터는 “보통 한 영화당 에디팅 작업만 10~13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4DX의 영화 제작 과정은 ‘콘텐츠 수급’ ‘에디팅 기획’ ‘에디팅 작업’ ‘코드 배포’ 등 크게 4단계로 진행된다. 초기에는 콘텐츠 수급이 쉽지 않았다.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는 좌석이 움직이는 등 각종 효과들이 관객의 영화 몰입을 방해한다고 봤다. 201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내 ‘리갈시네마 LA라이브 스타디움 14’에 입점한 4DX 상영관에서 영화를 본 관객들 반응이 좋자 기류는 바뀌었다. 최근에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4DX 후반작업이 일반화됐다. 현재는 현지 지사를 두고 있는 중국과 미국은 물론, 프랑스 등 유럽 영화도 4DX 작업을 한다.

4DX로 만들 영화가 정해지면 영화를 시퀀스별로 분석하며 에디팅 기획 회의를 진행한다. 어떤 장면에 어떤 효과를 넣을지 콘셉트를 결정하고 시퀀스별로 작업 담당자를 정하는 절차다. 기획 회의가 끝나면 영화를 보며 일일이 효과를 입력하는 에디팅 작업을 시작한다. 같은 효과라도 어떻게 넣을지가 중요한 매우 섬세한 작업이라고 했다. 영화에 어울리면서도 관객의 몰입을 방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구 디렉터는 “영화 <램페이지>의 경우 평범한 동물일 때와 나중에 커졌을 때 밸런스가 차이 난다. 동물이 쿵쿵거리는 무게감이 다르다”며 “효과의 강도를 무한정 높일 수 없다. 단계별로 어느 정도의 차이를 둘지 중요하다”고 말했다. <램페이지>는 고릴라·늑대·악어의 유전자가 변형돼 크기가 고층 빌딩 수준으로 급성장하면서 도시 등을 파괴하는 내용의 영화다. 또 그는 “카메라 앵글에 따라 관객이 도시가 파괴되는 것을 지켜보는 입장인지, 동물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입장인지 등에 따라서도 효과가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자동차 장면이라도 ‘자동차를 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지, 운전하는 인물이 느껴야 할 ‘감정’이 중요한지가 다르다. 자동차도 스포츠카인지, 일반 세단 승용차인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에디팅이 끝나면 4DX프로듀서 등을 대상으로 사내 시범 상영을 먼저 한다. 이후 감독 같은 제작진과 배급사 등 영화 관계자를 대상으로 시범 상영하며 마지막 조율 과정을 거친다. ‘퀄리티 콘트롤’(QC)이라고 불리는 이 과정은 한 번에 끝날 수도 있고 여러 번 진행될 수도 있다.

마지막 단계인 코드 배포는 영화와 마찬가지로 암호화된 특수 파일 형태로 각 극장에서 내려받는 형식으로 배포한다. 이렇게 파일을 내려받으면 각 상영관에서 상영할 때 효과는 자동적으로 구동된다. 현재 구현 중인 효과는 크게 20가지다. 4DX 출범 당시 14가지였던 효과에 비·눈·폭풍우·열풍 등 효과가 추가됐다. 효과 가운데 향은 출범 당시 6개에서 나무 장작 타는 향 등이 늘어 9개가 구현 중이다.

체험 상영관은 점점 영화를 TV·모니터·휴대전화로 접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영화관이 생존하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다. 이미 4DX에 가상현실(VR)을 접목한 영화도 지난달 개봉한 바 있다. VR뿐 아니라 증강현실(AR), 복합현실(MR)과 접목한 다양한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2D 또는 3D 영화에 효과라는 1D를 더하는 4DX프로듀서들의 궁극적 목표는 관객에게 ‘실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피 냄새를 맡으며 스릴러 영화를 보고 싶을까. 구 디렉터는 “우리는 영화를 따라간다. 피가 튀는 영화라면 실제 피 냄새가 나는, 그런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이 실감나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