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참사 생존자 글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2018.04.19 15:46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자신을 삼풍백화점 참사의 생존자라고 밝힌 누리꾼이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세월호 추모가 지겹다’라고 말하는 이들을 비판했다. 삼풍백화점 참사는 1995년 6월29일 서울 서초구 삼풍백화점이 수십 초만에 완전히 무너진 붕괴 사고로 사상자가 1000여명에 달해 국내 최악의 대형참사로 기록됐다.

누리꾼 ‘산만언니’는 지난 18일 오후 온라인 매체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할게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며칠 전 우연히 페북에서 ‘국가적 재난 중 어째서 세월호만 유난이냐’는 글을 보고 한참을 울었다”라며 “나는 삼풍 사고 생존자니까 삼풍백화점 참사와 세월호 참사는 어떻게 다르고 어째서 세월호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지 직접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적었다. 이 글의 조회수는 하루 만에 14만2000여회에 이르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확산되고 있다.

이 누리꾼은 삼풍백화점 참사가 사고 직후 진상규명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하며 “당시 조순 서울시장은 내가 입원했던 역삼동의 작은 개인병원까지 찾아와 위로했으며, 매일 뉴스에서는 사고 책임자들이 줄줄이 포승줄에 묶여 구치소에 수감되는 장면이 보도됐고, 사고 보상금도 정부 약속대로 1년쯤 지나자 바로 입금됐다”라고 회고했다.

이 누리꾼은 “세월호에 대한 정부 대응은 그때와 달랐다”라며 “진상조사는 고사하고 정부와 언론이 조직적으로 사건으로 은폐·조작·축소시키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기자회견장에 억지로 등떠밀려 나온 것 같은 얼굴의 503(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제 그만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언론은 경기가 어려우니 어서 잊고 생업으로 돌아가자고 여론몰이를 했다”라고 비판했다.

1995년 6월30일자 경향신문 1면

1995년 6월30일자 경향신문 1면

이 누리꾼은 “어버이연합 등 일부 보수단체에서는 세월호 유족들에게 아이들의 죽음을 빌미로 자식장사를 한다고도 했다. 나는 이런 불행과 맞바꿀만한 보상금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 돈이 주는 위로가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당시 거액의 보상금을 받았지만 내가 받은 보상금의 10배를 주고서라도 그 일을 피할 수만 있다면 10번이고 1000번이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누리꾼은 삼풍백화점 참사에 대해 “모든 것이 눈앞에서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을 본 후로 세상에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라며 이후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불안장애로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3차례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전했다.

이 누리꾼은 “어째서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되는지 되묻고 싶다. 정권을 교체해서라도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알고 싶은 것이 뭐가 잘못된 것이냐고, 아무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는데 그만둬야 하냐고, 보기에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슬픔과 분노를 왜 참아야 하는지 묻고 싶다”라고 호소했다.

이 누리꾼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거든 차라리 침묵하자. 자식의 목숨을 보상금 몇 푼과 맞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면 떠들자. 그도 아니라면 그 입 닫자. 그게 인간이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예의”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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