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미투' 파문 덮으려다...아베 정권 또 타격

2018.04.19 16:43 입력 2018.04.25 15:39 수정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오른쪽)과 후쿠다 준이치 전 재무성 사무차관. 도쿄|AP연합뉴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오른쪽)과 후쿠다 준이치 전 재무성 사무차관. 도쿄|AP연합뉴스

잇따른 특혜·은폐·조작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이번엔 일본판 ‘미투(#Me Too)’를 덮으려다 역풍을 맞고 있다. 여기자 성희록 의혹이 제기된 재무성 사무차관을 싸고돌다 쏟아지는 비판에 결국 경질시켰지만, 책임론이 정권 ‘넘버 2’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으로 향하고 있다. 여기에 성희롱 피해를 당한 기자의 소속 매체가 성희롱 사실을 확인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TV아사히는 19일 오전 0시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재무성 사무차관을 취재한 자사 여기자가 성희롱 피해를 받았다고 밝혔다. 아사히TV 측에 따르면 해당 여기자는 1년반 전부터 취재를 위해 후쿠다 차관과 식사를 할 때마다 성희롱 발언이 있어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 보도 여부를 상사와 논의했지만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주간신초(週刊新潮)>에 음성 녹취 파일을 건넸다. 아사히TV 시노즈카 히로시(篠塚浩) 보도국장은 “성희롱 행위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른 시일 재무성에 항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주간신초>는 지난 12일 후쿠다 차관이 여기자들과 식사 도중 “키스해도 되냐” “가슴 만져도 되냐” 등 성희롱을 반복했다고 보도하면서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하지만 후쿠다 차관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재무성도 피해자에게 신고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각 언론사에 보냈다. 아소 부총리는 “(피해 당사자가) 신고를 위해 나서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부적절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 나오자 전날 후쿠다 차관을 사실상 경질시켰다. 하지만 후쿠다 차관은 이날 오전에도 “전체를 보면 다르다”고 성희롱을 재차 부인했다.

아사히TV 측의 폭로를 후쿠다 차관 경질로 사태를 마무리하려던 정권의 의도는 어그러지게 됐다. 후쿠다 차관의 발언도 신빙성을 의심받게 되면서 파문이 커지게 됐다.

아소 부총리의 책임론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재무성은 모리토모(森友)학원 국유지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한 문서조작 파문으로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국세청장이 사임한 데 이어 후쿠다 차관까지 경질됐다. 입헌민주당 등 야 6당은 이날 아소 부총리 해임 등을 요구하면서 공세를 끌어올렸다. 아베 총리의 ‘맹우’로 정권을 지지해온 아소 부총리가 낙마할 경우 아베 총리는 더욱 벼랑 끝에 몰리는 만큼 어떻게든지 막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아소 부총리는 이날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끝내고 이날 일본으로 돌아오는 아베 총리의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는 지지율 추락을 방미 성과를 통해 만회하려고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후쿠다 차관의 사임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한층 긴장감을 느끼고 행정의 신뢰회복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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