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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회항' 느슨한 감사 국토부, '조현민' 감사도 의구심

2018.04.19 17:00 입력 2018.04.19 20:07 수정

국토교통부가 미국인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35)이 불법으로 6년간 진에어 등기이사 재직한 부분에 대해 감사에 들어갔지만 잡음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국토부가 자체 감사에서 문제가 된 규정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면 담당 공무원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국토부가 대기업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두 회사의 계열사에만 느슨하게 면허 심사를 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최근 경영일선에 복귀한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44)의 ‘땅콩 회항’과 관련된 2014년 대한항공 ‘봐주기’ 감사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19일 “조 부사장이 등기이사로 있던 2010년 3월~2016년 3월 사이 세 차례 추가 면허 심사를 꼼꼼하게 했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표자 변경이나 사업 변경시 법인등기부등본을 의무 제출하라고 명확하게 항공사업법(구 항공법) 시행규칙에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감사를 통해 위법 여부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연합뉴스

자료:연합뉴스

앞서 진에어는 2013년 화물운송사업을 하기 위해 항공운송사업면허 변경 요청을 했다. 진에어는 또 2013년과 2016년 대표자 변경을 하면서 면허 변경을 요청했다. 항공사업법 시행규칙상 사업면허 변경시 외국인 등기이사 재직 여부 등 면허 결격사유 심사를 해야하지만 국토부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그대로 면허를 내줬다.

문제가 되는 조항은 구 항공법 시행규칙 278조 7항이다. 담당 공무원은 사업자의 면허 변경 신청시 법인등기부 등본을 확인하도록 돼 있다. 담당 공무원은 법인등기부 등본을 통해 상호·대표자·주소(소재지)·사업범위를 확인해야 하는데, 국토부는 담당 공무원이 사업자에게 법인등기부 등본을 의무 제출받는 것이 아니어서, 다른 방법으로 이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행규칙상 법인등기부 등본 제출이 의무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법률에 규정된 면허 결격사유 전반을 반드시 살펴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남근 참여연대 변호사는 “시행규칙보다 중요한 것은 외국인은 국적항공사의 등기이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한 법률”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법인등기부등본 제출이 의무가 아니라 하더라도,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이 규정하는 면허 결격사유인 외국인 등기이사 재직 여부를 다른 방법으로라도 확인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진에어의 오너로 활동하고 있는 조 부사장이 진에어를 지배하고 있는지에 대해 국토부가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검토에 들어갔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조 부사장이 진에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은 외국인이 항공 사업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으면 국내항공운송사업·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박탈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조 부사장이 2010년 이후 미국인이라는 점이 언론 보도 등으로 널리 알려졌고, 사실상 그룹을 지휘해왔음에도 조 부사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여론에 떠밀려 조사에 들어간 모양새다. 국토부는 조 부사장이 사실상 진에어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진에어에 이사회 회의록 등 다양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진에어는 늑장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 (자료:연합뉴스)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 (자료:연합뉴스)

국토부가 진행하는 감사의 현실적 한계도 있다. 문제가 된 시기의 한 주무과장은 프랑스 파리에 파견 가 있고, 2016년 최고 책임자였던 항공정책실장은 퇴직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지난 2014년 조현아 칼호텐네트워크 이사의 이른바 ‘땅콩회항’ 논란 때도 대한한공과 국토부 관료들의 유착까지 감사 범위를 확대하지 않아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국토부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해외 파견자는 e메일, 전화 등으로 감사를 진행할 계획이고, 퇴직자에게도 양해를 구할 예정”이라며 “관계 법령과 사실 관계 조사가 끝나는 대로 유착 의혹을 포함해 폭넓게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유독 대기업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계열사에 느슨한 면허 심사를 해왔다는 항공업계의 불만도 많다.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인 에어서울의 면허 심사 절차는 요식 행위처럼 처리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에선 지난해 있었던 신규 저비용항공사(LCC)의 국토부 면허 심사 과정을 가장 대표적인 예로 꼽는다. 국토부는 지난해 LCC 면허 심사를 하면서 이례적으로 3번의 공청회를 열었고, 이 공청회에는 진에어 등 경쟁업체 8곳도 모두 참석했다. 이 때문에 최종 면허 불허 결론이 나기까지 에어서울이 면허를 받기 까지 걸린 기간(50일)보다 2배가 넘는 123일이 걸렸다. 당시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엄격한 면허 심사를 내세워 신규 LCC 면허 취득을 희망하는 업체들의 기업 비밀에 해당하는 각종 정보를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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