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국정원, 2012년 대선 때 조직적·계획적 불법 활동” 결론

2018.04.19 17:05 입력 2018.04.19 21:41 수정

“국정원 조직의 특성상 ‘정점’인 원세훈 전 원장에 책임”

소수의견 2명 “선거개입 지시·보고 객관적 자료 없어”

증거능력 문제 삼아 파기환송한 양승태 대법 논란 커져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인터넷에서 ‘댓글공작’을 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인터넷에서 ‘댓글공작’을 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가 19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7)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확정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국정원의 조직적·계획적인 불법활동’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국정원 조직의 정점에서 대선개입을 지시한 원 전 원장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물었다.

이번 판결은 재판관 ‘13 대 0’ 만장일치로 증거능력을 문제 삼아 이 사건을 파기환송했던 2015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전원합의체의 결론과 비교된다. 이번 판결이 당시 판결과 법리적으로 배치되는 것은 없다. 당시 전원합의체가 문제 삼은 증거를 배제한 상태에서 판결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지난 전원합의체 판결은 파기환송심에서 원 전 원장의 석방(보석)으로 이어진 반면 이번 판결은 실형 확정으로 결론났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사이버활동은 국가권력기관인 국정원의 예산과 역량을 바탕으로 공무원인 소속 직원들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수행한 것”이라며 “국정원은 인적·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집단적이고 동시다발적인 사이버활동을 해 영향력을 증대시켰다”고 밝혔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판단처럼 국정원이 28만8000여회(정치관여)·10만6000여회(선거개입) 게시한 트위터 글의 불법성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적극적인 지시에 따라 국정원의 정치·선거개입 활동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은 취임 당시부터 인터넷 공간에서의 적극적인 활동을 반복적으로 지시했다”며 “특히 18대 대선 당시 국정원이 불법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의심이 제기된 상황에서도 불법활동 여부를 점검하는 조치 없이 종전과 같이 선거활동을 계속해 나가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엄격한 상명하복을 기반으로 한 조직 특성상 국정원의 불법 사이버활동은 ‘직원의 일탈행위’가 아니고, ‘정점’인 원 전 원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대법원 “국정원, 2012년 대선 때 조직적·계획적 불법 활동” 결론

그러나 재판관 13명 가운데 김창석·조희대 대법관은 원 전 원장이 선거개입을 지시하거나 공모했다고 볼 수 없다는 소수의견을 밝혔다. 두 대법관은 “원 전 원장이 18대 대선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하고 보고를 받았는지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며 “(오히려) 원 전 원장은 18대 대선 후보자들의 출마선언 시작 무렵부터 직원들에게 선거에 개입하지 말도록 반복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항소심 재판부가 증거로 인정한 지논·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재판부 전원일치 의견으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당시 재판부는 핵심 증거를 문제 삼고 원 전 원장의 혐의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박근혜 정권의 눈치를 본 ‘봐주기 판결’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을 조사한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지난 1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관련 각계 동향’이라는 문건을 공개하면서 3년 전 대법원 판결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의 문의로 원 전 원장 항소심 재판부의 선고 전망 등을 파악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대법관 전원은 “재판에 관해 사법부 내외부의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지만,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문건과 관련된 의혹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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