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세훈 대선개입’ 유죄 확정판결이 뜻하는 것

2018.04.19 20:44 입력 2018.04.19 20:49 수정

2012년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의 댓글 활동은 선거개입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고 사법부가 결론지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원 전 원장이 재판에 회부된 지 약 5년 만이자 1심, 2심, 상고심, 파기환송심, 재상고심 등 다섯 번의 재판을 거친 결과다. 합리적 상식에 비춰보면 판단이 어렵지 않은 사안이 ‘법적 사실’로 인정받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들이 지위를 이용해 특정 후보나 정당을 찬양·지지하거나 비방·반대하는 활동을 집단적·동시다발적으로 했다”며 “(국정원의) 사이버활동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원 전 원장이 이 같은 선거개입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도 인정했다.

격세지감이다. 2015년 7월 ‘양승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는 원 전 원장의 대선개입을 유죄로 인정한 항소심 판결을 ‘13 대 0’ 전원일치로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쟁점이 된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유무죄 판단을 하지 않았다. 대신 항소심에서 선거법 위반 판단의 근거로 삼은 핵심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교묘한 법률적 기교를 동원해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뒤늦게 ‘김명수 대법원’이 구부러진 정의를 바로 세우기는 했으나, 사법부의 독립이 흔들렸다는 오명은 남았다. 김명수 대법원은 실추된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3년 전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게 된 배경과 진상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일컬어진다. 대의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핵심적 장치라는 뜻이다. 그 때문에 힘과 정보를 가진 국가기관이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국기문란이자 헌정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원세훈 대선개입 유죄 확정’의 의미는 원 전 원장 한 사람을 단죄하고 징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나라의 어떤 권력기관도 다시는 선거개입을 꿈꾸지 못하도록 하는 의미가 있다. 마침내 마무리된 ‘원세훈 재판’이 한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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