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양호 일가족 갑질에 멍드는 대한항공

2018.04.19 20:44 입력 2018.04.19 20:49 수정

조현민 전무의 물컵 던지기로 촉발된 대한항공 3세 자녀들의 갑질이 일가족 전체로 번지고 있다. 급기야 조 전무의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자신을 할머니라고 부른 인천하얏트호텔 정원 관리 직원에게 폭언하고 회사를 그만두게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공항 라운지에서 식은 음식을 내던지고, 자택 리모델링 공사 작업자에게까지 폭언을 일삼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의 70대 노인 폭언·폭행, 장녀 조현아 칼네트워크 대표의 ‘땅콩 회항’ 등을 떠올리면 일가족이 ‘갑질은 어디까지 해봤어’라고 경쟁하는 듯한 모습이다.

총수 일가가 비행기 타는 날은 모든 부서에 비상이 걸리면서 사내에 “대통령 전용기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 나돌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미국 국적의 조 전무는 2010년부터 6년간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 ‘외국인은 국적 항공사의 등기이사가 될 수 없다’는 항공사업법을 어겼다. 이 이사장 등은 해외에서 고가 제품을 구입한 뒤 세관을 거치지 않고 밀반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관세법상 밀수입에 해당한다. 오너 일가가 법 위에 군림하며 제멋대로 사익을 추구했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힌다. 국토부, 관세청이 조사에 들어갔으니 조만간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이런 일가족에 국적사인 대한항공을 맡겨야 하느냐는 점이다. 따지고 보면 그들은 금수저라는 것만 빼면 한번도 능력을 검증받은 적이 없다. 3남매는 시험도 치르지 않고 입사해 단기간에 임원 자리에 올랐다. 동시에 그룹 내 여러 계열사 경영도 병행하고 있다. 이들 계열사는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하면서 그들에게 천문학적인 급여와 배당을 챙겨주면서 승계구도도 완성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재벌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이보다 잘 보여주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때맞춰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항공사 업무와 관련된 법 위반자의 경우 항공사 임원 자격을 더욱 엄격히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마땅한 조치이다. 국민연금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67%를 가진 2대 주주이다. 오너리스크에 따른 대한항공 주가 하락은 국민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의 손실과도 직결된다.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있을 경우 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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