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대처하는 자세

2018.04.19 20:45 입력 2018.04.19 21:00 수정

쓰레기 문제나 미세먼지 등 복잡한 환경문제에 대처하는 정부의 움직임은 다른 분야에 비해 유난히 굼뜨다. 엮인 실타래가 복잡하기에 최선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지체가 생길 수도 있으나, 늦은 대안 제시가 결코 최적을 위함이 아니기에 종종 문제 해결은커녕 더 큰 문제들로 연결되곤 한다. 작년 말 정부는 7%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발전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뒤처진 발표임에도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고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책 시행이 되레 국토의 환경 훼손을 가속화하는 달갑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녹색세상]환경에 대처하는 자세

자연에 흩어져 있는 친환경에너지를 모으기 위해서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 발전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넓은 토지가 필요한데, 사전에 가용 토지의 확보 방안을 고려하지 않아 환경적으로 훌륭한 가치를 지닌 토지까지 파괴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이미 오래전 공론화된 것이라는 점이다. 예로 환경부는 풍력단지 조성에 따른 사회적 갈등 해결을 위해 2016년까지 조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그 사이 산주와 결탁한 개발자본은 온전히 보전되던 산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어, 친환경정책이 산림의 난개발을 부추긴 꼴이 되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정부부처 간 케케묵은 불통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환경부 장관은 자연환경이 우수한 지역 내 친환경발전단지 조성을 원칙적으로 허가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개발로 얻는 사익보다 보전으로 얻는 공익이 훨씬 크게 평가되는 지역들인데, 이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가 생태자연도이다. 지금까지 허가된 풍력발전단지 중 절반 가까운 단지가 생태자연도 1등급의 우수한 산림에 위치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언뜻 보전가치가 높은 산림의 파괴를 막는 방안으로 보이지만 착시에 불과하다. 기준에 따르면 ‘교란 이후 자연식생에 가까울 정도로 거의 회복된 산림식생’ 이상을 1등급의 우수한 식생으로 보고 있는데, 겨우 국토면적의 7% 수준이다. 생태자연도는 여러 개의 등급이 아니라 산림을 단순히 두 개의 등급으로만 구분하기 때문에 이 기준대로라면 우리나라의 90%에 가까운 산림이 아직까지 제 기능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상황이 이러한데 다른 한쪽에서는 산림보전 성과가 대단한 것처럼 자랑하고 있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산림 관리는 자연공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산림청이 관할하고 있으며, 산림청은 목재 생산뿐만 아니라 환경적 기능 강화를 명분으로 전국 산림에 지속적으로 간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개인 소유 산림이든 자연성이 우수한 산림이든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숲의 공익적 기능 향상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사업이 진행되면 인위적 교란이 발생하여 생태자연도가 떨어진다. 즉, 환경부 기준으로 우수한 산림은 산림청에서는 막대한 세금을 들여서라도 손을 대야만 하는 숲이며, 이렇게 산림청의 개선사업이 진행되면 반대로 환경부가 개발을 용인할 만큼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공익기능 강화를 명분으로 한 세금 투입이 오히려 산림의 영구훼손 빌미를 제공하여 공익을 훼손하고 있다.

공익을 목적으로 사유지에 세금을 투입했다면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이다. 그러나 숲의 건강과 공익 증진을 내세워 매년 수천억원의 세금을 들이면서도 이 지역이 어디인지조차 파악하지 않음은 물론, 오히려 공익의 핵심이 되는 생태적 가치가 낮아져 개발을 용인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 또한 오랫동안 제기되었음에도 고쳐지지 않는 부처 간 불통으로 현 에너지전환정책에 의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국토는 모든 국민의 것이지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의 재산이 아님을 명심하고 하루빨리 공익에 부합되게 관리정책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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