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세먼지 법안 손 놓은 국회

2018.04.19 20:49 입력 2018.04.19 21:12 수정
지현영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사무국장·변호사

[기고]미세먼지 법안 손 놓은 국회

국회의원실에 전화를 걸어본 적이 있는가.

민원이든, 청원이든, 요청이든, 요구든 전화를 걸어 용건을 얘기하면 대부분 답변을 주기 전에 먼저 ‘어디서’ 전화한 것인지 묻는다. 이때 ‘시민단체’라는 입지는 ‘시민 아무개’보다는 약간의 고지를 점한다. 특히 의원실 활동 관련 자료 등은 거의 즉답을 준다.

그러나 조금 더 ‘불편’한 일을 요구하면 어떨까?

현 의원 293명 모두에게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옐로카드와 현재 어떤 활동과 정책이 있는지 답변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며칠 후 모두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상기시키고 재요청했다. 내용을 모르겠다 하면 e메일도 보내주었다. 세 번이나 요청한 셈이었다.

결과는? 293명의 각양각색 활동을 담은 답변이 쏟아져 수백 페이지의 자료를 정리하느라 며칠 밤을 꼬박 새웠다…면 기뻤겠지만, 2주 동안 받은 답변은 고작 32건이었다.

국회의원에게는 인턴 2명을 포함한 최대 9명의 보좌관이 있으나, 미세먼지 정책에는 관심이 없거나, 하는 활동이 없거나, 아니면 답변할 여력이 없는 듯했다.

모든 의원들이 미세먼지 관련 위원회에 소속된 것은 아니지 않냐, 아직 발의만 되었지 미세먼지 관련 법안들은 지난 1년간 본회의의 밥상에 올라오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겠냐, 등의 변명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관계부처는 컨트롤타워인 국무조정실을 포함해 총 12개이다. 환경부, 산업부, 국토부, 기재부, 복지부, 교육부, 과기정통부, 외교부, 농식품부, 해수부, 산림청이 모두 국내배출량 30%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 세부계획을 세웠다. 그러니 적어도 위 부처의 소관 위원회에 소속된 의원들은 각 부처가 잘 활동하고 있는지, 입법적으로 보완할 것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궁금했던 것 또 하나는 ‘의지’였다. 미세먼지를 걱정하며 보낸 겨울과 봄이 몇 해간 거듭됐고, 가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으며, 소문과 광고에 혼란스럽다. 그러나 국회의사당은 시간이 멈춘 듯 아무 변화가 없다. 과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개인들은 자신과 우리 모두의 공기질에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지난 9일 국회 미세먼지 특별위원회 자리에서 국회의원들은 각 부처에 수많은 질책을 쏟아냈지만, 정작 그들은 왜 서두르지 않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답변율은 소수당이 좋았다. 정의당은 의원 6명 중 2명이 답변해 33%, 민주평화당은 14명 중 3명으로 21.4%였다. 이어서 여당이 121명 중 16명으로 13.22%였고, 바른미래당이 30명 중 3명으로 10%, 꼴찌(6%)는 116명 중 7명이 답변한 자유한국당이었다. 전화했을 때 특별히 무례하였던 ‘MVP들’은 다수당들이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7건, 자유한국당에서 8건이 나왔다.

내용을 살펴보면 관련 법안 발의에 참여했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발의’라는 것은 기나긴 법안 제·개정 과정의 문고리이다. 2017년 발의된 법안이 6102개였는데, 이 중 승인된 것은 36건에 불과하다.

0.58%라는 실로 바늘구멍 같은 확률을 뚫어야 법률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급하다. 지난 3월27일 환노위 환경소위원회는 미세먼지 법안 심사를 흐지부지 마치며, 반드시 4월에는 완료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본격적인 심사 전에 서둘러 입법 제안을 하기 위해 다음 일정을 문의했다. 그러나 현재 임시국회 보이콧이 진행 중이라 다음 일정은 불투명하며, 4월 안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늘은 국경 없이 이어져 있다. 국회의 하늘과 우리 동네의 하늘이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이렇게 애가 닳고 한시가 급한데, 그 동네 분들은 어떤 공기를 마시길래 유유자적하실까. 여의도는 올해도 벚꽃이 만발하였지만, 희뿌연 하늘 아래 흐드러진 흰 꽃이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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