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저항 ‘게토 봉기’ 75년…유럽 ‘반유대주의’ 기승 속 긴장감

2018.04.19 21:18 입력 2018.04.19 22:39 수정

폴란드 바르샤바 곳곳서 사상 최대 ‘유대인 저항’ 기념 행사

‘묻지마 폭행’ 등 민족·극우주의와 만나 반유대주의 강해져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 봉기 75주년을 맞아 19일(현지시간) 바르샤바에서 열린 한 추념식에 참석한 시민들이 봉기에 참여했다 숨진 이들을 기리는 기념물 위에 손을 얹고 추모하고 있다. 바르샤바 | AP연합뉴스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 봉기 75주년을 맞아 19일(현지시간) 바르샤바에서 열린 한 추념식에 참석한 시민들이 봉기에 참여했다 숨진 이들을 기리는 기념물 위에 손을 얹고 추모하고 있다. 바르샤바 | AP연합뉴스

유럽 각국에서 반유대주의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때에 유대인 탄압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기념행사가 열렸다. 사상 최대 규모 유대인 봉기인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 봉기가 일어난 지 19일(현지시간)로 75년이 됐다. 이날 바르샤바 곳곳에는 나치시대 유대인을 상징하는 수선화가 12만송이 이상 배포됐고 폴란드 곳곳에서 관련 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최근 폴란드 정부가 극우 민족주의 성향을 강화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흘렀다.

유대인 학살의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해 온 독일도 달라졌다. 남부 도시 콘스탄츠의 한 극장은 20일 아돌프 히틀러의 생일을 기념해 나치 하켄크로이츠 완장을 두른 관객에게 무료입장 혜택을 제공하려다 논란이 됐다. 지난 17일 베를린 시내 한복판에서 아랍계 이스라엘 남성이 유대인 전통모자 키파를 쓰고 나갔다가 유대인으로 오인받아 폭행을 당했다. 이달 초에는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노래를 부른 래퍼 2명이 독일 최고 권위 음악상인 에코상을 받아 논란이 됐다.

최근 유럽 전역에서 반유대주의는 어느 때보다 노골화하고 있다. 포용주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월 파리에 사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미레유 놀(85)이 이웃 이민자 청년에게 살해됐다. 앞서 1월에는 파리 외곽의 한 유대인 식료품점이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전소했다.

나치 저항 ‘게토 봉기’ 75년…유럽 ‘반유대주의’ 기승 속 긴장감

영국에서는 제1야당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가 수년 전 유대인을 비하하는 듯한 런던의 한 벽화에 대해 지지발언을 한 것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반유대주의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세계 최대 유대인 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이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폭행·괴롭힘 사건은 1986건으로 1979년 조사 이후 두번째로 많았다. 유대인 학교와 교회, 박물관 등 기관 대상 사건도 2016년보다 101% 늘었다.

실제 이스라엘 및 세계 유대인들은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한다. 지난 1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 현대유럽유대인연구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세계 유대인들이 느끼는 불안은 반유대주의가 극성을 부린 193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유럽에서 반유대주의는 늘 존재했지만 최근 몇 년간 세를 불리고 있는 민족주의, 극우주의와 만나면서 한층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다시 떠오르는 민족주의는 어두운 전통을 포함하는데, 유대인에 대한 악의적인 증오”라고 분석했다. 타 민족을 배척하는 민족주의와 극단주의가 유럽인의 내재된 반유대주의에 불을 지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도 지난 17일 독일의 묻지마 폭행 사건을 전하며 “2015년 이후 증가한 무슬림 인구가 유대인을 상대로 한 폭력이나 차별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독일 당국은 국내 반유대 범죄의 약 93%가 극단주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폴란드와 헝가리 등 동유럽을 중심으로 민족주의 우파 세력이 집권하면서 이 같은 흐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최근 폴란드는 유대인 학살에 폴란드 정부가 가담했다고 하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처벌하는 ‘홀로코스트법’을 제정해 논란이 됐다. 일부 폴란드인이 홀로코스트에 가담한 사실을 외면하고 폴란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시도라는 비난을 받았다. 최근 3연임에 성공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도 자국 출신 유대인 사업가 조지 소로스를 적대시하는 등 반유대주의를 자극했다.

이스라엘에 비판 여론과 반유대주의를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정책에 저항하는 이스라엘 보이콧운동(BDS) 등을 무조건 치환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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