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협정, 교전 당사국 협의 필수…‘중국 배제’는 불가능”

2018.04.19 21:49 입력 2018.04.19 21:53 수정

정상회담 릴레이 인터뷰 ⑤ 왕둥 베이징대 중·미인문교류연구센터 부주임

왕둥 베이징대 중·미인문교류연구센터 부주임 겸 판구연구소 사무총장이 18일 베이징대 연구실에서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해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왕둥 베이징대 중·미인문교류연구센터 부주임 겸 판구연구소 사무총장이 18일 베이징대 연구실에서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해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왕둥(王棟) 베이징대 중·미인문교류연구센터 부주임 겸 판구(盤古)연구소 사무총장은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하는 문제와 관련해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서는 교전 당사국들의 협의가 있어야 하고 중국도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중 및 한반도 등 국제관계 전문가인 왕 교수는 지난 18일 베이징대 연구실에서 진행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본격화하는 한반도 대화 국면에 중국의 공헌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왕 교수는 “중국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입장이 처음에는 서방 국가들, 특히 미국으로부터 비판받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더 나아간 협상도 가능해졌다”고 북·중 정상회담의 의미를 부각시켰다. 한때 제기됐던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을 두고는 “중국은 북핵 문제에 있어 절대 빠질 수가 없으며 중국을 배제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남북정상회담에서 추진하는 종전선언의 의미와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은.

“종전선언은 평화체제로 가는 중요한 단계다. 평화협정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체결되기는 힘들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져 논의돼야 하는 문제다. 또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선 교전 당사국들의 협의가 있어야 하고 중국도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최소 4개국이 머리를 맞대는, 포괄적 외교 과정을 통해 완성할 수 있다. 다만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동시에 진행할 수는 있다. 이는 중국이 제안한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 병행 추진)과도 상통한다.”

-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 의미는.

“김정은 위원장이 방중해 시 주석과 회담한 것은 중·북관계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중·북은 관계가 밀접한 이웃 국가이고 역사적으로도 깊은 우호 전통을 가지고 있다. 김 위원장 역시 선대 지도자들 간의 우정을 언급하면서 중·조 우의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북핵 문제의 큰 틀에서 본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밝힌 후 김 위원장이 중국을 찾았다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한·미 연합훈련과 북한 핵·미사일 도발의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이 북한의 호응을 얻었고, 미국도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중국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입장이 처음에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고 비판까지 받았지만, 김 위원장 방중으로 진일보한 담판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게 명확해졌다. 한반도 문제 해결도 한발 더 나아가게 되고, 외교적 해결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 그러나 다음 단계의 중요한 협상은 미국과 북한이 진행해야 하고 중국이 대신할 수는 없다. 다만 중국은 효과적 방안을 제안할 수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긍정적·발전적 역할이라고 본다.”

- 북·중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는 ‘차이나 패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중국은 처음부터 끝까지 북핵 문제의 중요한 이해당사국 중 하나이고 6자회담 주최 등 그동안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쳐왔다. 역사상 북핵 문제가 가장 근접한 해결점을 찾았던 9·19 공동성명 역시 중국이 주도한 6자회담에서 이뤄낸 것이다. 향후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중국은 절대 빠질 수가 없고 중국을 배제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통해 산적한 문제들을 단박에 해결하면 좋겠지만 국제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가 않고 세계 현실은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방법으로 ‘단계적으로, 동시에, 함께’를 강조했는데.

“이 원칙은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과도 통한다.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협상 전에는 어떤 쪽도 모든 조건의 마지노선을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는다. 먼저 원칙을 제시하고 큰 원칙에 따라 구체적 협상에 나선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북·미 간 입장 차가 너무 크다는 것인데 양측이 정치적 의지를 보인 후 선의를 가지고 외교적 프로세스에 따라 한 걸음씩 나가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양측 모두 자제하고, 분쟁을 억제한 후에 외교적 채널을 통해 비핵화로 나가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성과를 도출해야 하나.

“남북은 한반도 문제의 중요한 두 주체다. 북핵 해결로 한반도의 평화적 발전을 꾀하고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뤄야 할 주체가 바로 한국과 북한이다. 한반도 정세 완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력과 정치적 위험을 무릅쓴 용기에서 기인한 것이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남북정상회담은 이런 과정의 시작점에 있다. 남북관계 안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북핵 문제도 평화적 해결이 불가능하다. 핵심 포인트는 분위기 조성과 공감대 형성이다. 남북이 한민족으로서 평화와 자주적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반도의 평화 번영, 경제적·정치적 상호 신뢰, 민간 교류와 개성공단 등 경제협력 회복에 대한 공동 인식이 이뤄져야 한다. 원칙에 대해 합의하고 구체적인 것을 차후 협상으로 만들어 가면 된다.”

-시 주석이 북·미 회담 이후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방북은 언제쯤 이뤄질 것으로 보나.

“국가 지도자들의 상호 방문은 매우 정상적인 외교 활동이다. 그동안 북핵 문제 때문에 중·북 간 지도자 방문이 오랫동안 막혀 있었지만 북핵 문제가 평화적인 해결 실마리를 잡아가고 있다. 분위기가 조성되면, 시 주석도 김 위원장의 초청을 받아들일 것이다. 협상의 방향이 평화적 해결로 가고, 긴장이 완화된다면 적당한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시 주석의 방북 목적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돕기 위한 것일 것이다. 핵폐기는 또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평화 발전을 어떻게 이루느냐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고 중국 지도자들이 중시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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