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보호한다”는 기업들, 참여보다 ‘친환경 이미지 포장’ 치중

2018.04.20 06:00

지구의날 맞아 들여다본 ‘에코 소비사회’ 풍경

사은품 봇물 에코백·텀블러, 소모 에너지 총량 1회용보다 많아

제조·유통업계, 폐기물 문제 대두 …“생활 불편 감수 동참해야”

“환경 보호한다”는 기업들, 참여보다 ‘친환경 이미지 포장’ 치중

주부 ㄱ씨(37)는 ‘친환경’ 사은품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커피믹스를 구입하면 자동으로 묶음증정되는 중국제 텀블러가 집에 쌓여가는데 처치 곤란하기 때문이다. 창고에서 잠자는 플라스틱 장바구니와 사은품 에코백도 여러 개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자원낭비 같다”는 그는 “중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까지 겪고 보니 친환경 취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오는 22일 지구의날을 맞아 제조 업체들이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높아진 환경에 대한 관심에 부응하고 있다. 포장을 줄이고, 공병을 회수하고, 판매수익으로 환경보호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점차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외국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제조·유통업계에서는 폐기물 문제가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들은 실제 환경보호보다는 환경을 보호하는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심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에서는 ‘그린 워싱’이라고 부른다. 광고나 마케팅을 통해 환경보호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을 가리킨다.

잠깐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의 대표적 글로벌 업체인 H&M은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의상발표회를 매년 진행한다. 올해는 어망과 나일론 폐기물로 만든 100% 재생소재와 고철로 만든 장신구를 19일부터 판매하고 있다. 패스트패션이 환경오염을 가중시킨다는 사회적 비판에 따라 2012년부터 전개해온 활동이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H&M은 유독물질로 물과 공기를 심각하게 오염시키는 합성섬유인 비스코스를 중국·인도네시아 등 8곳에서 납품받는다는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기업들이 친환경 ‘에코백’이나 텀블러를 사은품으로 나눠주고 있지만 환경보호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는 ‘유행템’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 총량이 1회용품보다 더 많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영국 환경청의 2011년 조사에 따르면 플라스틱 계열인 폴리에틸렌 가방은 최소한 4회, 폴리프로필렌 가방은 최소 11회, 면 소재 에코백은 최소 131회 사용될 때에만 1회용 비닐봉지를 쓸 때보다 환경보호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에코백 사용은 평균 51회 미만이었다.

잠깐 사용하고 버리는 텀블러는 쓰지 않는 것만 못하다. 약 450㎖(16온스)짜리를 기준으로 비닐코팅이 된 1회용 종이컵과 비교해 재활용 컵은 최소 20~100회 사용해야 환경보호 효과가 있다고 캐나다의 환경보호·재활용 단체 CIRAIG는 2015년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하지만 생산단계부터 세척용수 및 세제 등 환경부담을 감안하면 일부 텀블러의 경우 1000회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각종 포장재와 쇼핑백 등 1회용 봉지 ‘공급원’으로 지적받는 유통업계는 비닐봉지를 유상판매하는 방식으로 1회용품 사용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자원낭비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업이나 소비자 모두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하거나 기부하며 나눠 쓰되 쓸데없는 구매는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업계 스스로 소비자들에게 1회용품 제공을 줄이고 소비자들 또한 환경보호를 위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 의식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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