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일가 ‘관세포탈’ 의혹…관세청, 엉뚱한 곳만 판다

2018.04.20 06:00 입력 2018.04.20 09:48 수정

5년간 해외 신용카드 내역 조사한다지만 구매물품 증명 못해

“대한항공 내부거래·해외 지점 법인카드 조사해야 밝혀질 것”

대한항공 일가 ‘관세포탈’ 의혹…관세청, 엉뚱한 곳만 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해외에서 사들인 고가의 물품들을 세관 신고 없이 상습적으로 반입했다는 ‘관세포탈 의혹’에 대해 관세청이 조사에 나섰지만 제대로 된 조사가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세관당국도 소위 ‘VIP 고객’에게 통관절차를 생략하는 특혜를 제공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19일 관세청과 인천세관본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관세청은 조양호·이명희 회장 부부와 조현아·조원태·조현민 삼남매가 지난 5년 동안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내역을 조사해 세관 신고와 관세 납부 내역이 일치하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나온 관세포탈 경로는 두 가지이다. ‘마스팀’이라 불리는 사내 의전팀을 이용한 방식이다. 조 회장 일가가 쇼핑한 품목이 담긴 수하물들을 보안검사를 받지 않는 항공사 의전팀 직원들이 찾아서 일가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7월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이 LA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때 대한항공 의전팀이 수하물을 대신 찾아 들고 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 다른 방식은 ‘파우치’라고 불리는 대한항공 해외지점이 본사에 보내는 서류, 물품들에 조 회장 일가가 구매한 물품들을 함께 담아 보내는 방식이다. 이 경우에도 통관절차가 생략된다.

어느 쪽이든 조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 직원과 물류 시스템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은 변함없다.

세관당국 관계자는 “신용카드 사용내역의 경우 해외에서 카드를 쓴 장소와 금액은 나오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샀는지, 현지에서 소비하거나 누군가에게 준 것이 아니라 실제로 들여왔는지는 증명할 수가 없다”며 “여론에 등 떠밀려 조사하는 시늉을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온다”고 전했다.

카드 사용내역 조사에 착수한다면서도 세관당국은 관세포탈은 불가능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보안요원의 경우 통관절차가 생략되지만 모든 수하물들은 기내에서 내리면서 엑스레이를 이용한 보안검색을 받기 때문에 빠져나갈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수많은 승객들이 이용하는 상황에서 규모가 작고 고가인 세관 신고 대상 물품들을 수하물 검사 단계에서 모두 걸러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파우치’ 방식으로 고가 물품을 밀반입한 경우라면 조 회장 일가의 카드만 조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관련된 해외지점 임직원들의 개인·법인카드 내용과 대한항공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도 진행돼야 한다. 이 때문에 세관당국뿐 아니라 다른 기관들의 개입이 있어야 혐의가 밝혀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2014년 ‘땅콩 회항’ 사건 때도 조 회장 일가의 관세포탈 의혹이 불거졌고 언론에 보도됐으나 세관당국은 당시 “관세포탈은 있을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고 3년 만에 같은 논란이 또 불거져 나왔다.

한편 전직 대한항공 조종사는 “VIP 고객들은 한 번도 줄을 서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런 통관절차의 편의는 국회의원, 기업 임직원 등의 공적 업무에 적용되나 조현아 사장의 경우 ‘땅콩 회항’ 사건으로 현직에서 물러난 상황에서도 특혜가 적용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