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처증과 의부증, 데이트폭력의 공통점은?

2018.05.07 09:18 입력 2018.05.07 09:29 수정
강용혁 분당 마음자리한의원장

사람은 혼자 살기가 힘들고 누군가와 어울려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그래서 식욕, 수면욕, 성욕과 더불어 정서적으로 따뜻함을 느끼고자 하는 애착욕구 또한 매우 필수적입니다. 믿을만한 사람들을 만들고 그 속에서 온기와 안정감을 필요로 합니다. 아무리 대궐 같은 집에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성장했더라도, 이런 애착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으면, 이후 대인관계에서 많은 상처와 문제를 갖고 살아가게 됩니다.

의처증이나 의부증, 그리고 데이트폭력이나 가정폭력 등은, 지금 당장의 문제라기보다 어린 시절의 따뜻한 애착의 결핍과 연관되는 현상들입니다. 부모의 경제 수준, 학력, 신체적 영양관리 보다 더 큰 영향을 주는 건 바로 ‘내가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있는가’라는 문제입니다.

부모로부터 따뜻한 애착을 지속적으로 받으면, 아이는 세상에 나가서도 그 세상이 자신에게 우호적일 거라 여깁니다. 이런 아이는 어른이 되어 때로 모진 상황을 맞이해도 잘 견뎌냅니다. 그리고 무얼 하든 자존감이 높기 때문에 자기 자리를 수월하게 찾아갑니다. 하지만,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아도, 따뜻한 애착전달이 부족했던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는 이후 삶에서 세상을 대하는 눈이 다릅니다. 불신과 경계의 시선이 늘 깔리게 됩니다. 사람에 대한 불신과 불안의 시선이 결국 의처증, 의부증과 같은 부정망상을 만들어냅니다.

연인들 간의 데이트폭력이나 매 맞고 사는 기혼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어려서 따뜻한 애착형성이 불안한 상황에서, 상대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불안 때문에 때로는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집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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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성장한 환경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선, 부모가 물리적으로 자녀에게 따뜻한 양육 환경을 제대로 신경도 쓰지 못한 경우입니다. 맞벌이나 별거, 이혼 등의 이유로 부모와 떨어져 양육된 경우 아이는 부모의 따뜻함을 느껴보지 못합니다. 이는 곧 나의 연인이나 배우자 또한 나를 지켜주지 못하고 언제든 떠나버릴거라는 유기불안을 갖게 만듭니다. 하지만, 부모와 함께 살긴 했지만 부모 부부의 불화로 집안 분위기가 매일 전쟁터나 다를 바 없는 환경도 아이가 불안한 건 매한가지입니다.

따뜻한 애착을 경험하질 못했기에 세상과 타인에 대해서도 늘 불안하고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심리적 태도가 의처증, 의부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반면, 겉으로는 딱히 문제없어 보이는 환경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과보호적이고 개입과 잔소리가 심한 환경도 있습니다. 부모 자신이 정해놓은 아이 양육의 정답지에 아이를 끼워 넣으려고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세상은 온통 더럽고 위험한 것 투성이니, 부모가 말하는 가이드라인대로만 살아야 안전하다, 조금도 네 마음대로 벗어나서는 안 된다’라는 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는 아이를 잘 키우는 게 아닙니다.

아이에게 세상이 온통 불안하고 믿을만한 구석이라곤 없는 위험한 대상으로 각인시킵니다. 이런 성장기를 보내면 이후에 불안심리가 커져서, 대인관계를 매우 파탄적으로 가져가는 ‘사람중독’ 현상이 잘 유발됩니다.

심통부리기 제 234화에서는 데이트폭력 문제로 고민하는 젊은 연인들과 가정폭력을 20년째 경험하면서도 이혼하지 못하는 한 중년 여성의 문제를 통해 애착불안과 사람중독의 문제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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