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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안 먹는 아이, 심리적 원인도 있다?

2018.05.14 09:51 입력 2018.05.14 10:06 수정
강용혁 분당 마음자리한의원장

유독 밥투정이 심하거나 입이 짧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엄마들은 밥 안 먹는 아이 때문에, 밥 먹이느라 하루 종일 진을 다 빼기도 합니다. “아유, 우리 아인 밥이 사탕인 줄 알아요. 밥을 삼키질 않고 입안에서 빨고만 있어요. 한 번 먹이려면 2시간씩 걸려요”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누구네 아이는 원장님한테 한약 먹고 밥을 잘 먹고 키도 컸더라”며 모든 걸 한약이 해결해줄 것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 식욕부진이 단순히 신체적 원인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압니다. 부모의 훈육 방식이나 아이의 심리적 문제일 때도 있는 만큼 3가지 측면을 정확히 점검해본 뒤에 체질에 맞는 보약을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신체적 원인입니다. 가장 빈번한 원인은 체질입니다. 밥 안 먹는 아이들의 내원 빈도를 보면, 4명 중 3명꼴로 소음인이 많습니다. 비위기능이 약해서 식사량도 적고, 과식이나 기름지고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을 먹으면 속이 부대낍니다. 여기에 심리적 기질도 관여합니다. 소음인은 좋고 싫은 게 명확하기 때문에, 반찬이나 음식에 대해서도 ‘좀 대충 먹자’라는 게 잘 안됩니다. 이건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다며, 다 자기 나름의 생각이 강해서 타협이 잘 안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 한두 가지만 딱 꽂혀서 그것만 선호합니다. 좋고 싫고의 이분법적 사고가 강해지면서 자기 생각과 다른 대안을 받아들이질 않습니다. 엄마들이 식습관 때문에 아무리 혼을 내고 윽박질러도 말을 안 듣는다면, 그 아이는 소음인일 확률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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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나 우울 같은 다른 심리적 원인이 없다면, 이런 소음인에게는 위장을 따뜻하게 해주는 보약이 식욕을 어느 정도 늘려줍니다. 그런데, 같은 소음인에게 비슷한 보약을 써도, 누구는 효과를 보고, 누구는 효과가 전혀 없습니다. 이때는 체질만 볼 것이 아니라, 활동량을 점검해봐야 합니다. 너무도 상식적인 원리인데, 실제론 치료자도 보호자도 이 부분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활동량 자체가 워낙 적으면 식욕을 늘리기가 어렵습니다. 보약도 좋지만 활동량 늘릴 방법을 부모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군것질을 철저히 차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과자나 주스 같은 단맛 나는 주전부리가 들어가면 그나마 적은 위장 용량 때문에, 식욕증진이 어렵습니다. 자극적이고 달콤한 과자나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지면, 밍밍한 밥은 더욱 맛이 없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엄마들 중에는 이 대목에서 마음이 약해져서 판단 착오를 합니다. “우리 아이는 하도 밥을 잘 안 먹는데, 그래도 과자라도 먹으면 그나마 좀 보충되지 않을까요”라고 생각합니다. 엄마의 측은한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이렇게 되면 밥 잘 안 먹는 아이의 식습관은 영영 고치기 어렵게 됩니다.

아이들이 밥을 잘 안 먹는 데는, 이런 문제가 전부가 아닙니다. 부모의 과보호적 양육태도나 부모 부부불화로 인한 불안심리, 동생에 대한 질투, 부모에 대한 수동적이고 우회적인 공격 심리 때문에도 밥을 잘 안 먹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심리적 환경적 요소가 존재할 때는 아무리 밥 잘 먹는 보약을 써도 좀처럼 효과를 보기가 어렵게 됩니다. 부모나 아이 쪽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심리적 원인이 어떻게 밥투정이나 식욕부진으로 이어지는지 심통부리기 제 235화에서 자세한 내용 함께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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