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몰카·선생님 몰카…아슬아슬 초등생 ‘엿보기 놀이’

2018.05.16 06:00 입력 2018.05.16 09:55 수정

엄마 몰카·선생님 몰카…아슬아슬 초등생 ‘엿보기 놀이’

정부가 불법촬영 범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몰래카메라’(몰카) 등을 이용한 ‘엿보기 음란행위’가 일종의 ‘놀이문화’로까지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초등학생들까지 불법촬영에 물들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몰래 촬영해 유튜브 올리고
“구독 누르면 보여주겠다”
학부모 “놀이로 소비, 충격”

“엄마 엉덩이 보고 싶은 사람들 손 드세요~ 구독 천 개 눌러주시면 엄마 엉덩이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난해 6월 ‘유튜브’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온 한 영상에서는 앳된 목소리의 남자 초등학생 ㄱ군이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면 엄마 엉덩이를 보여주겠다던 ㄱ군은 45초 분량의 영상 마지막 5초 부분에 엄마로 추정되는 여성의 엉덩이를 클로즈업 촬영해 보여줬다. 해당 동영상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일명 ‘엄마 몰카’다. 조회수만 3만건을 넘었다.

또 다른 초등학생은 엄마가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몰래 촬영해 올리기도 했다. 유튜브에서는 엄마가 자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동영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 영상 중에는 조회수가 10만건을 넘는 영상도 10여개에 이른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김모씨(37)는 “딸에게 물어봤더니 남자애들 사이에서 몰카 놀이가 유행이라고 했다”며 “엄마 몰카는 물론 여자 선생님을 몰래 찍은 영상도 유튜브에서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딸을 둔 엄마 입장에서 학생들끼리도 몰카를 찍고 공유하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엄연히 불법행위인데 놀이로 소비된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튜브엔 ‘선생님 몰카’ 동영상도 수백건 올라와 있다.

공공장소에선 벽화 등
불법 행위 ‘희화화’도 늘어

공공장소 화장실에서 엿보기 음란행위를 장난이나 놀잇거리로 희화화하는 일도 많다. 올해 초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음식점에선 여자 화장실 벽에 남성이 변기에 앉은 여성을 쳐다보는 그림을 그려넣었다가 논란이 됐다. 대학생 김다솜씨(22)는 “불법적인 촬영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여성들은 화장실에서 누군가 훔쳐보는 듯한 그림을 마주치면 불쾌함과 공포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이 같은 음란성 엿보기 놀이를 막을 뚜렷한 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판매·제공·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령만 보면 불법촬영은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당국, 관련 대응책 부족

그러나 새롭게 확산되는 불법촬영 범죄에 대해 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경찰은 불법촬영 문제가 언론 등에서 이슈가 되면 ‘지하철 몰카범 일제 단속’ 등 이벤트성 단속을 벌이지만 유튜브 등에 만연한 불법촬영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조차 판단을 못하고 있다. 복수의 경찰 관계자는 “사안의 심각성은 인정하지만 적용 법리 등에 대해선 아직까지 경찰 내부에서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서혜진 변호사는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경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는 범죄 행위지만, 현실적으로 부모가 자식의 처벌을 원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피해자가 적극 나서지 않는 이상 처벌은 어렵다”고 말했다. 음란한 내용을 담은 벽화 등 역시 피해자가 적극 나서지 않는 이상 시설 관리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힘들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서 변호사는 “아이들마저 관음을 놀이처럼 소비하게 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는 불법촬영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이로부터 파생된 사회현상에 대한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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