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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으로 달라진 사망시간, 9년 만에 범인 잡아

2018.05.16 21:52 입력 2018.05.16 21:58 수정

제주 대표적 장기미제 사건 ‘2009년 보육교사 살인’

부패실험서 ‘현장 따라 사망 추정 체온 달라진다’ 결론

당시 유력 용의자였던 택시운전사 살인 혐의로 검거

동물실험으로 달라진 사망시간, 9년 만에 범인 잡아

2009년 제주에서 발생한 20대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사건 발생 9년 만에 붙잡혔다. 제주의 대표적인 장기미제사건 중 하나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법원으로부터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16일 오전 8시20분쯤 경북 영주에 있던 ㄱ씨(49)를 살인 등의 혐의로 붙잡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영주에서 3일간 잠복한 후 피의자를 체포했으며 체포 당시 저항은 없었다고 밝혔다.

제주에서 택시 운전을 했던 ㄱ씨는 2009년 2월1일 택시에 탔던 보육교사 ㄴ씨(당시 27세)를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배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ㄱ씨는 당시에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ㄱ씨의 택시에 ㄴ씨가 탑승했으며 택시의 이동경로와 휴대전화 사용기록 등이 ㄴ씨가 살해돼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로와 일치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물증이 없었고, 부검의가 제시한 사망시점에 ㄱ씨의 알리바이가 입증되는 등 행적이 맞지 않았다. ㄱ씨는 2010년 이후 제주를 떠났다.

경찰은 재수사에 돌입한 후 범죄사실을 입증할 유력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강경남 제주청 광역수사대장은 “지난 10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진행했다. 변경된 사망시점과 추가 확보한 새로운 증거가 인정돼 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장기미제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16년 중요미제사건전담수사팀을 운영한 데 이어 3월 본격적으로 재수사에 착수했다.

2009년 당시 혼선이 있었던 사망시점을 바로잡으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당시 경찰 측은 실종 당일인 2월1일에, 부검의는 사체발견 직전인 2월6~7일 사망했다는 엇갈린 의견을 제시했다. 경찰은 결정적 단서가 될 사망시점을 밝히기 위해 지난 1월29일부터 3월2일까지 법의학자 등을 초빙해 국내 최초로 개와 돼지 사체를 이용한 동물부패 실험을 진행했다. 실종 당일인 2월1일 살해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2009년 부검의는 시신의 부패가 없었고 직장온도가 외부온도보다 높다는 이유 등으로 시신발견시점(2월8일)에서 1~2일 전에 사망했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사망 장소와 온도, 습도, 시신 속 음식물 상태 등 동일한 조건으로 실험한 결과 부패 속도가 현저히 느리고 직장온도가 외부온도보다 높을 수 있음이 확인됐다.

ㄴ씨는 2009년 2월1일 새벽 3시쯤 제주시 용담동에 있는 남자 친구 집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에 있는 집으로 가는 도중 실종됐다. ㄴ씨의 주검은 사건 발생 일주일 뒤인 8일 오후 1시50분쯤 집에서 4㎞ 떨어진 애월읍 하가리 농업용 배수로에서 발견됐다. ㄴ씨의 휴대전화 신호는 당일 오전 4시4분 마지막으로 잡힌 후 끊겼고, ㄴ씨의 가방은 앞서 6일 주검이 발견된 장소와 30㎞ 떨어진 곳(제주시 아라동)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ㄴ씨는 속옷 등 하의가 모두 벗겨진 채 무스탕 점퍼만 입고 있었다. 사인은 질식사였다. 경찰은 범인이 제주시 용담동에서 ㄴ씨를 차량에 태워 성폭행하려다 저항하자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했고, 이동하는 도중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가방을 버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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