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훈련’ 이해한다더니…북, 전략자산 전개엔 “용인 못해”

2018.05.16 22:52 입력 2018.05.16 23:16 수정

북한이 이해하는 훈련 수위는 어디까지

지난해 연합공군훈련 때보다 ‘F-22’ 2대 늘리자 ‘발끈’

송영무 국방·브룩스 사령관 긴급회동 “B-52 포함 안돼”

북한이 16일 고위급회담의 무기한 연기를 선언하면서 한·미 공군의 연례적인 연합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를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지난 3월 연례적인 한·미 연합훈련을 이해한다고 했지만, 직접적 위협이 되는 수위의 훈련은 용인할 수 없다는 뜻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의제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이 이날 보인 태도는 한·미 연합훈련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던 기존 입장과 차이가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월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4월 한·미 연합훈련을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 실장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한 메시지에서도 “정례적 한·미 연합훈련이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만큼 북한이 용인할 수 있는 군사훈련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일단 북한의 발표로 미뤄볼 때 한·미 연합훈련을 이해할 수 있지만 미국 전략자산 전개 등 자신들에게 큰 위협이 되는 수준의 훈련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앞서 지난 4월 키리졸브 등 한·미 연합훈련 때는 전략자산이 참가하지 않았고, 북한도 유연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특히 북한은 맥스선더에 참여하는 미 전투기 F-22와 B-52를 거론했다.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평가받는 F-22는 이번 훈련에 8대가 참가한다. 지난해 12월 한·미 공군의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훈련 때보다 2대가 늘어난 것이다. 전략자산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상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기술인 스텔스 기능이 있다. 북한의 감시망을 뚫고 침투해 핵·미사일 등 핵심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것이다.

장거리 폭격기인 B-52는 미국의 대표적인 전략자산으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하다. B-1B, B-2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불린다. 이번 훈련에 B-52도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 한반도에 전개되지는 않았다. 북한은 그간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 등장하면 민감하게 반응했다. 두 전투기 공히 북한으로서는 직접적 군사적 위협을 느낄 수 있는 무기들인 것이다.

북한으로선 비핵화 의지를 밝힌 후에도 한반도에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폭격기가 전개되는 것에 불쾌했을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미국의 계속되는 핵 전략자산 투입으로 조선반도 정세 완화 과정은 취약해지고 그 직접적 반영으로 박두했던 북남 고위급회담이 중지된 것은 물론 다가오는 조·미(북·미) 수뇌 상봉 전망에도 그늘이 드리우게 됐다”며 핵 전략자산 투입 중지를 요구했다.

한·미 군사훈련이 북·미 정상회담 등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으로선 한·미 훈련을 용인하지만, 최소한 규모를 줄이거나 성격을 변화시켜달라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무조건 용인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며 자신들의 태도를 오판하지 말라는 취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이날 오전 긴급회동을 한 결과 맥스선더를 계획대로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략자산 B-52는 전개되지 않는다고 했다. 맥스선더는 전투조종사 기량 향상을 위한 훈련이기 때문에 B-52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국방부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의 회담 연기 조치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강연에서 “송 장관이 브룩스 사령관을 만나 내일부터 전개되는 B-52를 한반도에 전개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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