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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진압 7공수, 10일간 무등산에 남아 ‘시민 암매장’ 의혹

2018.05.17 06:00 입력 2018.05.17 07:06 수정

6월 초까지 주둔 비밀작전 수행
최근 비밀 해제 군 문건 첫 확인
미대사관도 “잔류” 본국에 보고
당시 행불자 진상 규명될지 주목

5·18민주화운동 당시 일부 공수부대가 5·18 진압작전 종료 후에도 열흘 동안 광주에 몰래 주둔하며 무등산 등지에서 비밀작전을 수행한 사실이 문건으로 처음 확인됐다. 사망한 시민들을 무등산에 암매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6월 중순까지 일부 공수부대가 광주에 남아 있었다”는 증언이 있었지만 주둔 기간과 작전 지역 등이 문건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경향신문이 16일 1980년 작성된 군 비밀문건 2건과 주한 미국대사관이 미 국무부로 보낸 비밀 전문을 살펴본 결과 5·18 진압 이후에도 7공수여단은 광주에 남아 있었다. 7공수여단은 광주에 최초로 투입된 부대다.

전투병과사령부(전교사)가 1980년 9월 작성한 ‘광주소요사태분석(교훈집)’ 문건에는 5월27일 전남도청 진압작전(상무충정작전) 이후 ‘작전 종료 후 부대별 원대 복귀’라는 제목으로 부대별 복귀 일자가 적혀 있다. 그간 3급 비밀문서였다가 최근 비밀 해제된 이 기록에 따르면 광주에 투입됐던 3개 공수여단 중 3공수와 11공수는 5월27일 원대 복귀했다. 하지만 7공수는 열흘 뒤인 6월6일 복귀한 것으로 쓰여 있다. 전교사는 당시 광주전남북계엄분소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을 총지휘한 상급부대였다.

7공수가 6월 초까지 광주에 남아 있었다는 것은 주한 미대사관이 1980년 6월6일 미 국무부로 보낸 비밀 전문에서도 확인된다. 이 전문 역시 작년에 비밀문서에서 풀렸다. ‘외부에서 바라본 분위기’라는 제목의 이 문건에서는 “광주 지역에 있는 7공수여단을 제외한 특전부대들은 모두 서울로 돌아왔다”고 보고했다.

7공수는 이 기간 동안 광주공항(당시 광주비행장)에 주둔하며 무등산 깊숙한 곳까지 이동해 작전을 펼친 것으로 또 다른 문건에서 확인된다. 광주 투입 계엄군에 헬기를 지원했던 육군 1항공여단의 작전일지에는 “5월29일 (광주공항에 있는) 공수부대원을 무등산으로 실어 나르던 헬기가 추락 사고를 냈다”는 내용이 있다.

5·18연구 관계자들은 광주에 남은 7공수가 무등산 등에서 무슨 작전을 했는지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종철 국방부 5·18진상규명위원회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은 “9월 출범하는 5·18진상규명위원회에서 가장 먼저 밝혀야 할 부분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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