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처럼…북, 개혁·개방 ‘큰 그림’ 그리나

2018.05.17 21:42 입력 2018.05.17 21:43 수정

참관단 방중 배경·의미

박태성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끄는 ‘친선 참관단’이 지난 14일부터 중국의 경제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최근 밀착하는 북·중관계를 보여줄 뿐 아니라, 중국의 개혁개방 경험을 배워 북한에 접목시키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참관단은 20여명으로, 노동당 시·도당 위원장이 전원 참여했다. 김수길 평양시당 위원장과 신의주 등 북·중 접경지를 책임지는 김능오 평안북도당 위원장도 포함됐다.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지난 14일 참관단을 만난 자리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양국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농업, 교육, 과학, 인문 분야의 교류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박 부위원장은 “이번 방문에서 중국 경제건설과 개혁개방의 경험과 성과를 배우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박 부위원장이 “우리는 1차 친선 방중단”이라고 말해 향후 북·중 교류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참관단의 일정은 북·중 경협 강화 의지를 보여준다. 참관단은 16일까지 베이징에 머물며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중관춘의 과학원과 농업과학원, 베이징시 기초시설투자 유한공사 등을 견학했다. 북한이 농업, 과학, 인프라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뒷받침한다. 단장인 박 부위원장은 노동당에서 과학기술과 교육을 담당한다.

참관단은 17일 오전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지방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목적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저장성, 상하이 등 개혁개방 성과 지역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관단은 방중 기간 경제 현장을 둘러보면서 북·미 정상회담과 대북 제재 완화 이후 대외협력과 경제개방의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리후난(李虎男) 옌볜과기대 동북아연구소 소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중국의 개혁개방은 지방마다 특색이 있다”며 “북한이 5개의 경제특구와 22개 경제개발구를 조성해 놓았으니 각 특구와 경제개발구에 합당한 중국의 경험을 참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식량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농업과학 분야 협력이 가장 절실할 것이고 생활용품 등 경공업, 인프라 건설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북한의 경제개방은 중국 동북지역의 경제 발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동북 3성 진흥 계획과 북·중·러 3각 협력,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한반도 내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

리춘푸(李春福) 난카이대 한국연구센터 부주임 교수는 “북한은 개성공단처럼 특정 지역에 한정된 단절된 개방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특구를 중심으로 점-선-면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 교수는 특히 북·중 접경인 랴오닝성 단둥과 압록강 하구의 평안북도 황금평 경제구를 동반 발전시킬 가능성도 제기했다. 중국 개혁개방이 홍콩과 근접한 선전에서 불붙은 것처럼 단둥과 황금평이 윈윈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북·중은 2012년 황금평 개발을 시작했지만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등 악재로 중단된 상태다.

그는 “황금평 지역은 1962년 중국과 북한이 영토 획정 때 북한에 속하게 됐지만 중국에 친화적 분위기가 남아 있다”며 “단둥에 경공업, 신흥 첨단산업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데 북핵 리스크가 완화돼 투자가 집중되면 동북 진흥의 주요 거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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