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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38주년

헬기에서 쏜 총탄 자국 남은 건물에서 ‘꽃비 전야제’

2018.05.17 21:55 입력 2018.05.17 23:09 수정

오늘 기념식 50분간 진행, 박 정부 땐 20분 만에 끝나

“전두환·노태우 경호 중단을” 시민단체, 청와대 국민청원

5·18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식 공연에 당시 행방불명된 어린 아들을 찾아 헤매온 아버지 등 피해자와 가족들이 직접 출연한다. 국가보훈처는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오전 10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오월광주, 정의를 세우다!’를 주제로 열리며, 피해자와 가족들이 직접 공연 무대를 만든다”고 17일 밝혔다. 기념식은 5·18이 광주의 아픔에 머물지 않고 평화의 역사, 민주주의의 이정표로 자리매김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5·18 유공자와 유족, 일반시민, 학생 등 5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인 이번 기념식은 추모공연과 기념공연,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의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추모공연은 5·18 당시 피해자와 가족, 가두방송을 했던 전옥주씨(68) 등이 출연해 당시 상황을 재연한다.

18분에 이르는 기념공연에서는 5·18 때 행방불명된 초등학교 1학년 이창현군(당시 8세)의 아버지가 출연해 38년 동안 아들을 찾아 나선 사연을 영화와 공연으로 접목시킨 ‘시네라마’ 형식으로 풀어낸다. 이군처럼 아직도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한 5·18 행방불명자는 76명에 이른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참석자들이 제창하는 것으로 막을 내리는 기념식은 역대 가장 긴 50분 동안 진행된다. 박근혜 정부 때 열린 5·18 기념식은 20여분 만에 끝나기도 했다. 당시 정부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하면서 유가족 등이 불참해 기념식장이 텅 비기도 했다.

17일 금남로 일대에서는 오월의 진실을 알리는 민주대행진을 시작으로 ‘보아라 오월의 진실, 불어라 평화의 바람’을 주제로 전야제가 열렸다. 오후 7시부터 9시30분까지 열린 전야제에서는 시민들이 전문 배우 200여명과 어우러져 1980년 5월 당시의 10일을 재연했다.

5·18 당시 헬기에서 쏜 총탄 자국을 품고 있는 전일빌딩에서는 종이 꽃비가 내렸다. 5월 어머니들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합창했다. 전야제는 참가자들이 남북정상회담과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영상을 함께 감상하고 평화를 주제로 한 공연을 펼친 뒤 막을 내렸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군인권센터와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경찰의 경호·경비 중단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에 나섰다. 이들은 ‘내란범 전두환·노태우 경찰 경호 중단 국민청원’이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린 청원 글을 통해 “두 전직 대통령 근접경호에 직업경찰이 9~10명씩 투입되고 있고 각 사저에는 의무경찰이 1개 중대(80명)씩 배치돼 있어 올해 소요되는 경호·경비 비용만 9억원에 달한다”며 내란·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만큼 두 전직 대통령 예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군 병력을 투입해 시민들을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사면됐다. 현행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전직 대통령 예우를 철회토록 하지만 경호·경비 예우는 예외 조항이다. 이들 단체는 “권력 찬탈을 위해 군대를 동원해 국민을 살해한 이들을 경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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