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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1만2000명 결집…역대 최대 규모 ‘여성 집회’

2018.05.20 12:21 입력 2018.05.20 14:54 수정

여성 1만2000명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에서 공정한 수사와 몰카 촬영과 유출, 유통에 대한 해결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여성 1만2000명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에서 공정한 수사와 몰카 촬영과 유출, 유통에 대한 해결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여자가 피해자면 신고반려 집행유예! 남자가 피해자면 적극수사 강력처벌!”

포털사이트 다음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카페를 통해 모인 여성 1만2000명(경찰 추산 1만 명)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이날 시위는 ‘여성’이라는 단일 의제로 국내에서 열린 사상 최대 규모 집회였다.

참가자들은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반발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 사진이 올라오자 수사에 착수해 여성 동료 모델인 안모씨를 붙잡아 최근 구속했다.

발언대에 선 운영진은 “불법촬영을 비롯한 성범죄에 대한 경찰, 검찰 그리고 사법부의 경각심 재고 및 편파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회 전반에 성별을 이유로 자행되는 차별취급 규탄을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빨간 옷을 입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다. 참가자들은 “남자만 국민이냐 여자도 국민이다”, “동일범죄 저질러도 남자만 무죄판결”, “워마드는 압수수색, 소라넷은 17년 방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민들은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오후 4시45분쯤 혜화역 2번 출구 앞을 지나가는 109번 버스에 타고 있던 중년 여성 4명이 창문 열고 시위대 향해 ‘파이팅’을 외치자 시위 참가자들이 환호하는 모습도 보였다. 시위 장소 주변을 지나던 50대 여성 김모씨는 “딸에게 항상 몸가짐 똑바로 하고 다니라고 주의를 줬는데, 그게 정답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얼마나 절박하면 다들 거리로 나왔겠나. 이제는 사회가 변해야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집회’에 참가한 한 여성이 ‘소라넷 16년 홍대몰카 7일’이란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이유진 기자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집회’에 참가한 한 여성이 ‘소라넷 16년 홍대몰카 7일’이란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이유진 기자

1만2000명이 운집하면서 시위 참가자들이 혜화역 2번 출구 앞에서부터 방송통신대학까지 300m가량 늘어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당초 경찰은 참가자를 500명으로 예상했으나 예상을 깨고 약 20배(경찰 추산 기준) 많은 여성들이 모였다. 이에 경찰은 인도로 한정됐던 시위 장소를 오후 3시부터 버스전용차선 옆 차선까지로 통제구간을 늘렸다. 이후에도 사람들이 계속 몰리면서 오후 4시부터는 이화사거리에서 혜화동로터리 방향 4차선을 전면 통제했다.

참가자들은 대다수 질서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위가 가열되면서 곳곳에서는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시위 중간 자신들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 남성이 보일 때마다 손가락으로 당사자를 가리키며 “찍지마”를 외쳤다. 한 참가자는 “불법촬영 하지말라고 모인 집회에서조차 불법촬영이 일어나는 게 말이 되냐”고 항의했다. 시위 시작 전에는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남성이 참가자들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려다 물세례를 맞기도 했다. 이 남성은 경찰에 의해 시위 장소 밖으로 끌려 나갔다.

발언대에 올라온 한 참가자는 그동안 남성 몰카 범죄자들에게 선처가 이어졌다며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남성 성범죄자들을 줄줄이 읽어내려갔다. 그는 “노출이 심한 여성을 몰카 찍는 것은 처벌 대상도 아니다”라며 “여성을 상습 성추행하고 몰카 찍은 20대 집행유예, 소개팅녀 알몸을 친구에게 유포한 의사도 집행유예”라고 소리쳤다. 이들은 경찰 캐릭터인 ‘포돌이’ 형상을 한 박을 깨뜨리고, 대형 현수막에 그려진 ‘법전’에 물감을 던지는 퍼포먼스 등을 한 뒤 오후 7시쯤 시위를 마무리했다.

같은 날 오후 8시에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직후 구성된 ‘불꽃페미액션’이 신촌역에서 시위를 열어 여성혐오 근절을 촉구했다. 이들은 홍대 몰카 사건과 관련해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여성의 가해에 경찰은 이례적인 태도와 수사방법을 보였다”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남성의 가해는 몰카, 폭행, 살인을 막론하고 관대한 처벌이 내려지지만, 그 반대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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