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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련형 전자담배, 일반담배보다 타르 더 많다..."발암물질도 검출"

2018.06.07 11:01 입력 2018.06.07 19:31 수정

7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민경 국립암센터 교수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7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민경 국립암센터 교수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코스나 글로, 릴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도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니코틴, 타르 외의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특히 타르는 일반담배와 비교해 1.2~1.5배 많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발암물질 등은 상대적으로 적게 나왔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역시 몸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반면 아이코스의 생산업체인 필립모리스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발암물질이 존재한다는 점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라며 “발암물질이 대폭 감소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일 이런 내용이 담긴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분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의 배출물에 포함된 니코틴, 타르 등 11개 유해성분을 분석해 보니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포름알데히드·벤젠 등 인체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전용기기를 이용해 연초를 고열로 가열해 피우는 궐련형전자담배는 인체에 덜 해롭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판매가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 5월 국내에 출시된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출시 첫 달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20만갑이었으나 1년이 지난 올해 4월에는 2810만갑을 기록했다. 4월 기준 시장점유율은 9.4%에 달한다.

이번에 분석한 유해성분은 니코틴과 타르,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각국 정부에 저감화를 권고하는 9개 성분이다. 분석 대상 제품으로는 필립모리스(PM)의 ‘아이코스(앰버)’,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의 ‘글로(브라이트토바코)’, KT&G의 ‘릴(체인지)’을 선정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일반담배보다 타르 더 많다..."발암물질도 검출"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서는 아직 국제적으로 공인된 분석법이 없어, 일반담배의 국제공인분석법인 ISO법과 HC법을 적용했다. ISO법은 담배필터의 천공(공기구멍) 부위를 열어 분석하는 방법으로 일반담배의 니코틴, 타르 함유량 표시에 적용된다. HC법은 실제 흡연자의 흡연 습관을 고려해 천공 부위를 막고 분석하며, ISO법보다 더 많은 담배 배출물이 체내에 들어간다고 가정한다. 식약처는 “외부 전문가들로 시험분석평가위원회를 구성, 검증절차를 거쳐 신뢰성과 타당성을 인정받은 방법으로 분석을 했다”고 설명했다.

ISO법을 기준으로 했을 때 궐련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은 일반담배보다 적었다.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일반담배 제품 5개(디스플러스, 에쎄프라임, 던힐, 메비우스 스카이블루, 팔리아먼트아쿠아5) 평균치의 66.6%로 나타났다. 반면 타르는 151.6%였다. 일반담배 중 타르 함유량이 가장 적은 것에 개비당 0.1mg이 들어있는 것과 비교하면 아이코스의 경우 9.3mg으로 나와 무려 93배에 달했다. 릴도 9.1mg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에 들어 있는 벤조피렌, 아세트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은 훨씬 적었다. 포름알데히드는 5분의 1만 검출됐고, 벤젠은 0.3%에 불과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가장 큰 근거는 더 많이 검출된 ‘타르’다. 타르는 담배에서 배출되는 입자상 물질에서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나머지 유해물질의 복합체다. 타르 속에는 기존의 유해물질 외에 또 어떤 물질이 들어있는지 정확히 분석이 되어있지 않다. 식약처는 ‘타르가 더 많다는 것은 일반담배에는 없는 유해물질이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있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한다. 또 담배의 유해성은 흡연기간, 흡연량 뿐만 아니라 흡입횟수, 흡입 깊이 등 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유해성분 함유량 만으로 ‘덜 유해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임민경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담배에는 최소 70종의 발암물질과 7000종 정도의 유해화합물질이 있다”며 “겨우 11종을 분석했을 뿐인데 이 중 몇개의 검출량이 적었다고 덜 유해하다고 주장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유량을 측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일반담배와의 유해성을 비교한 식약처의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립모리스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와 일반담배의 연기는 구성성분이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배출총량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는 마치 디젤자동차의 배기가스와 수소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의 오염물질을 비교하지 않고, 단순히 총량을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또 “유해성분의 함유량만으로 유해성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식약처의 결론은 과학적 연구결과를 간과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견해는 결국 궐련형 전자담배보다 유해물질이 훨씬 많이 발생하는 일반담배의 소비를 지속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를 놓고 ‘덜 유해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만큼 정부의 규제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12월부터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경고그림’을 넣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와 다르다”며 반발해왔다.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명확하게 일반담배보다 더 해롭다고 할 수도 없지만, 덜 유해하다고 할 수도 없다”며 “기존의 (액상형)전자담배보다는 일반담배에 더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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