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근혜·양승태 핵심 측근 간 ‘사법농단 직거래’ 새 증거 나왔다

2018.06.11 06:00 입력 2018.06.11 07:31 수정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우병우가 원했던 ‘원세훈 전원합의체 선고’ 15일 후 만나

법조계 “임종헌, 윗선 지시없이 청 드나들었겠나” 의구심

<b>논란 일었던 ‘원세훈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b> 양승태 전 대법원장(가운데)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015년 7월 대선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전원합의체 선고를 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들어와 자리에 앉고 있다.   김영민 기자

논란 일었던 ‘원세훈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가운데)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015년 7월 대선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전원합의체 선고를 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들어와 자리에 앉고 있다. 김영민 기자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을 강하게 밀어붙이던 2015년 7월 임종헌 법원행정처 기획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의 회동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판거래’ 의혹의 물적 증거가 추가됐다. 당시 임 실장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관련 문건 생산을 진두지휘했고, 우 수석은 명실상부한 박근혜 정부의 실세였다.

임 전 실장은 지난달 끝난 대법원 특별조사단에 출석해 우 전 수석과의 유착관계를 강하게 부인했다. 임 전 실장은 “우병우 민정수석과 전화 통화한 적이 없다”며 “(우 전 수석은) 카운터파트를 법원행정처장으로 생각했다”고 나름의 근거까지 댔다.

■ 두 사람의 묘한 회동 시점

임 전 실장이 우 전 수석과의 만남을 감추려 한 것은 삼권분립 훼손 시비와 재판거래 의혹을 증폭시킬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두 사람이 만난 시점이 묘하다. 회동 보름 전에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에 대법원이 13 대 0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기환송했고, 1주일 뒤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 지난 1월22일 추가조사위원회가 공개한 원세훈 전 원장 사건 관련 행정처 문건에는 “BH 최대 관심 현안→선고 전 ‘항소기각’을 기대”했는데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며 “우병우 민정수석→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한다는 대목이 있다. 임 전 실장으로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원 전 원장 사건을 파기환송함에 따라 우 전 수석을 만나자고 할 명분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임 전 실장은 원 전 원장 재판과 관련해 특별조사단에서 “(청와대에서) 항소기각을 기대한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선고 후에 당시 법무비서관인 곽병훈 비서관과 통화를 한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곽병훈 전 비서관도 “행정처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오해를 풀어주는 것(을 임 전 차장이 요청했다)”이라고 진술했다. 두 사람의 진술을 정리하면 ‘우 전 수석이 법원이 어떤 곳인지 모르고 재판에 관여를 요청했지만, 두 사람이 알아듣게 해명했다’는 것이다. 즉 임종헌-우병우 직거래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회동 직전, 재판거래 증거로 의심되는 문건이 법원행정처에서 다량 생산되는 시점에 임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이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다시 살아나게 됐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 관계자는 “설마 대법원이 재판거래를 했겠냐 싶지만 임 전 차장이 기조실장 시절 청와대에 직접 들어갔고 만난 사람도 다른 사람도 아닌 우 전 수석이라면 얘기가 달라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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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윗선 지시 없이는 불가능

임 전 실장이 단독 결정으로 청와대에 들어갔을 가능성은 낮다. 전직 행정처 관계자는 “아무리 임 전 차장이 활동적이라고 해도 윗선의 허락도 없이 민정수석을 만나고 다닐 수는 없다”면서 “적어도 당시 박병대 처장, 혹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전 지시를 받았거나 사후 보고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재판거래 등 의혹에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조사단의 결론이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내놓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두 사람의 회동 사실에 특별조사단 측은 “자체 조사단의 성격상 관여자의 진술을 파고들 수가 없다. 두 사람이 만났는지, 임 전 차장의 진술이 허위인지 알지 못한다”면서 “임 전 차장이 자신은 우 전 수석과 통화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렇게 기록했을 뿐이지 우리가 만나지 않았다고 단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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